서울시내 빌딩이 텅텅 빈다
2010-11-07 19:07
3분기 공실률 5.44%… 금융위기 이후 5배 급증 63빌딩 40여개 규모 공급 예정에 수요는 줄어
서울시 중구의 한 대형 오피스 빌딩. 사무실의 절반 이상이 세입자를 찾지 못해 비어있는 상황이다. |
서울의 오피스 빌딩들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지난 2008년 말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줄어든 수요는 회복이 더디지만, 그사이 새로 지어진 빌딩은 계속 늘어나 공급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저트스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울지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5.44%로 전기 대비 0.27%포인트 올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 공실률인 3.23%보다 2.21%포인트 급증한 것이고,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08년 3분기에 비해서는 무려 5배 가까이 폭증한 수준이다.
실제로 서울 중구의 한 대형 빌딩은 지상 총 28개층 중 10개층이 공실로 남아있다. 전체 면적의 약 35%가 비어있는 것이다. 인근의 지상 15층 규모의 다른 빌딩은 사정이 더욱 나빠 전체 면적의 50% 정도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빈 공간이다.
이에 따라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빌딩주들이 임대료를 깎아주는 등의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역 임대난'도 심해지고 있다.
이들 빌딩의 총 연면적은 약 640만㎡로 여의도 63빌딩 규모의 빌딩 40여개가 추가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 부처 및 주요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오는 2012년부터 본격화되면 오피스 빌딩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빈 사무실의 증가는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서울 및 전국 6개 광역시와 경기 일부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1000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오피스 빌딩 투자수익률은 1.16%로 세계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08년의 연간 투자수익률 13.74%과 비교해 12분의 1 토막이 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 빈 사무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정부기관과 기업들의 '탈(脫)서울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신규 공급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실률 증가는 임대료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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