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금융지주 전환보다 공정거래법 규제가 낫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소유인 지배회사 미래에셋캐피탈이 2009 회계연도 말 7000억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일으켜 금융지주회사법 적용에서 비켜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자산총계(부채+자본) 가운데 계열사 지분법주식 비중을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 지정을 피할 수 있는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결산시만 일시적으로 차입을 늘린 탓에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 등 규제를 받게 됐다.
증권가는 공정거래 규제보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더욱 부담을 느껴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캐피탈은 오는 11일 1000억원 규모 10회 공모사채를 발행(주관 SK증권)하고 이 가운데 200억원어치를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매도하기로 했다.
이는 13일 만기 도래하는 6회 공모사채(발행 2007년 11월) 차환을 위한 것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이번 차환으로 전체 공모사채 발행 규모(6월 말 현재 4489억1100만원)를 유지하면서 2010 회계연도 결산월인 내년 3월 말까지 단기차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법주식(1조278억7200만원) 비중이 6월 말 현재 자산총계(1조5569억1600만원) 대비 66.01%에 달하고 있어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결산시만 지분법주식 비중을 50% 미만으로 낮추면 지주회사 지정은 피할 수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2009 회계연도 말에도 자산총계를 전기 대비 6476억8200만원(41.14%) 증가한 2조2219억7900만원으로 늘렸다.
부채총계가 전기보다 6409억7900만원(67.96%) 증가한 1조5841억3200만원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지분법주식 비중은 분모인 자산총계 증가로 63.61%에서 46.07%로 줄었고 지주회사 지정도 면했다.
반면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캐피탈 자산총계 증가로 총자산이 5조7000억원에 달하면서 4월부터 대규모기업집단에 편입(국내 계열사 자산합계 5조원 이상)돼 일반기업보다 엄격한 공정거래 규제를 받게 됐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결산 직후인 2010 회계연도 1분기 들어 곧바로 부채를 상환하면서 2조2000억원을 넘어섰던 자산총계를 전 회계연도 3분기 수준인 1조5000억원대로 돌려놨다.
지분법주식 비중도 자산총계 감소로 다시 50%를 넘어서면서 66.01%에 달했다. 이는 2007년 8월 첫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최고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은 장기적으로만 검토하고 있을 뿐 시기상조"라며 "국내외 자회사 출자구조를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