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빛 공해 방지 규칙
서울시가 빛공해 방지를 위해 입법예고한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관리조례 시행규칙'이 휘도(복사되는 빛의 밝기) 기준은 종전 그대로 적용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서울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입법예고된 '조명관리 시행규칙'은 미디어파사드(Media-Facade) 조명과 건축물이나 옥외 미술장식품, 구조ㆍ시설물을 비추는 경관조명은 일몰 후 30분 이후부터 오후 11시까지만 켤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미디어파사드 조명 연출은 시간당 10분만 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명 시간만 줄었을 뿐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휘도 기준은 그대로다<본지 10월 21일부터 26일자 시리즈 연재 보도 참조>
예컨데 제5종인 상업지역에서의 건물 표현휘도는 25cd/㎡다. 대표적인 미디어파사드조명인 S스퀘어의 표면휘도는 15~22cd/㎡ 정도다.
문제는 대부분의 미디어파사드 조명은 휘도 조절 장치가 있어 언제든지 휘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S스퀘어 미디어파사드를 시공한 G일렉의 관계자는 "언제든지 휘도를 25cd/㎡는 물론, 그 이상으로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때문에 휘도 기준은 그대로 나둔 채 조명시간만 제한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조명시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가능한 더 강하고 밝게 표현하고 싶을 것"이라며 "휘도가 높은 조명시설이 있는 지역에서의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기준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간보다는 밝기를 줄여야 된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밝기는 조례를 넘어서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간당 10분만 하도록 했기 때문에 조명관리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며 휘도 기준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파사드의 작품성 여부에 의한 설치 허가에 대한 모호성 지적에 대해서도 "심의위원회가 100명으로 구성돼 심의건이 들어오면 매주 3회 심사해 문제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 구성인에 대한 정보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김 부소장은 "심의의원회의 경우 책임 면피용일 가능성이 높다"며 "근본적인 빛공해 방지 대책에 대해 서울시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 미디어 파사드란 = 건축물 외면의 중심을 가리키는 파사드(Facade)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 건물 외벽 등에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의 건축물을 시각적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물로 활용되고 있으나 빛 공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성대 기자 asrada83@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