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인사이드] G20경주회의 성과, 자화자찬할때 아니다
2010-12-23 16:25
김선환 정치경제부 차장/ | ||
이번 회의는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내달 G20 서울 정상회의의 의제가 최종 조율되는 자리였던 만큼 국내외에서 쏠린 관심은 그 어느때 보다 컸다. 그만큼 우려와 기대또한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우려로는 미국과 중국간 벌어지고 있는 '환율전쟁'이 이번 회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날 경우 내달 서울회의가 온통 환율분쟁에 쏠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우리가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개발이슈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우리 대표단의 어깨가 무거웠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코뮤니케(선언문)에는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환율문제와 관련 지난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합의했던 수준보다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코뮤니케는 환율형성의 메커니즘을 기존 '시장지향적'에서 '시장결정적'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윤증현 장관은 이에 대해 "환율형성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강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향적'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도 두루뭉실한 표현보다 '결정적'이라는 표현은 다소간의 강제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충분할 듯 싶다.
여기에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제안하고 나선 '경상수지 제한폭'에 대해서도 회원국간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중국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안이 진일보하면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코뮤니케에는 경상수지 흑자폭 제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내달 서울 정상회의에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IMF 쿼터 개혁에 합의하기까지는 우리측의 치밀하고도 끈질긴 중재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합의를 하지 못하면 자국행 비행기와 버스, 기차를 운행하지 않겠다"는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같은 배수의 진이 실제 회의에서 어느 정도 먹혔는지는 알수 없지만 미국의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우리측의 이같은 노력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고 말한 것을 보면 대표단의 기여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여기서 자만하거나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된다.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합의로 환율기제와 IMF 쿼타 감소라는 악재에 부딪쳐 내부적으로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는 곧 정상간 서울회의 합의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세계경제위기의 진원지인 금융개혁과 신흥개도국을 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해서도 보다 강력한 후속조치가 잇따라야 한다. 경주회의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보다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진정으로 세계경제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진정한 프리미엄 포럼으로서 우뚝서기 위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 이유들이다.
sh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