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光)공해를 줄이자-상] 빛나는 조명 아래, 빛잃은 밤의 미래

2010-10-20 17:50
너무 밝아 밤잠 설쳐… 교통사고도 늘어나

한 인터넷 게시판에 특이한 위성사진 한장이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구에서 비치는 조명을 찍은 사진이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발전의 척도'라며 야간에도 환한 우리나라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가 하면 몇몇 대도시 부근만 히끗히끗한 북한에 대한 동정의 댓글이 넘쳐나기도 했다.

지구 밖에서 본 우리나라의 조명은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할까. 꺼지지 않은 불빛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물론 눈부신 광고판 덕에 교통사고 위험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던 서울의 밤은 눈에 띄는 건물이 드물다. 모든 건물이 눈부시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야간조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로 인한 피해를 알아본다. 또 헛점투성이인 서울시 조례를 분석하고, 해외사례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광(光)공해를 줄이자-상] '잠못드는 밤'..야간조명 현주소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학원가나 유흥업소 주변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으로 숙면에 방해가 된다. 불빛에 관한 규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밝기의 정도가 줄었으면 좋겠다." (K씨·주부·일산)

"고층의 상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광고판에 눈이 가는 바람에 신호를 잘못 봐 사고가 난 경험이 있다." (L씨·자영업·분당)

"불빛에 민감하다. 강남 한 아파트 사는데 불야성의 유흥지구 때문에 완벽히 빛을 차단하는 커튼 없이는 어두운 방을 만들 수 없어 고생한다."(ㄷ씨·대학생·강남)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빌딩 주변 야경. 서울스퀘어 빌딩의 경우 리모델링을 하면서 벽면을 조명으로 치장해 밤이면 각종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과도한 야간 불빛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물을 도배하다시피한 빼곡한 광고판과 움직이는 영상물들이 교통사고를 늘리고,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김정태 교수팀(경희대 채광조명시스템연구센터)이 2003년 서울 동대문 일대 쇼핑건물 3곳의 옥외조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로에 인접한 건물 표면의 휘도(빛을 발하는 정도)가 국제조명위원회 권장기준보다 2배 정도 높다. 또 이 건물 주변 보행로의 조도(밝은 정도)는 권장값보다 2∼10배 가량 높다.

각 쇼핑몰들이 건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벽면 아래에서 위로 비추는 상향 조명을 과다하게 설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서울시가 '빛 공해 대책 조례'를 제정하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서울 송파갑)이 '빛공해 방지법'을 발의해 조만간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 방송사가 2009년 8월 조사한 결과 서울 광화문 네거리 전광판의 표면 밝기는 국제기준 1㎡당 1000cd 보다 5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대문 근처 대형상가의 조명 표면 휘도도 국제기준을 12배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 또한 옥외간판 조명이 거리 자체를 뒤덮어 어둠은 사라지고 빛만이 존재하는 공간이 돼버린지 오래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야간 조명이 상당히 문제가 많다"며 "특히 서울역 주변의 경우 LED라고 하지만 과도하게 밝아 공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또 "교량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에너지 소비량도 과다하다"며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서울'이 탄소소비형으로 방향을 잡은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asrada8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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