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미스터리와 멜로 잘 섞은 '된장'

2010-10-18 07:49

"된장,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네."
    방송국 PD 최유진(류승룡)은 연쇄살인마 김종구가 사형당하기 전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는 말을 남긴 것을 알고 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취재를 시작한다.

   신출귀몰한 도주 행각을 벌인 김종구가 된장찌개를 먹다가 검거됐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김종구보다 된장찌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기막히게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인 것은 자취를 감춘 20대 여인 장혜진(이요원). 최유진은 된장찌개의 달인 장혜진을 찾아 방방곡곡을 헤매면서 된장의 비밀을 풀어나간다.

   '된장'은 누구나 즐겨 먹는 된장이라는 극히 평범한 소재에서 출발해 코믹한 분위기의 미스터리물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적절하게 결합시킨 영화다.

   잘 짜인 시나리오와 섬세한 연출 솜씨로 초반부터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고나간다.

   엉뚱한 구석이 있는 최유진의 캐릭터도 큰 힘을 발휘한다. 최유진이 장혜진과 된장에 얽힌 비밀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은 1시간이 넘는 분량을 차지한다.

   최유진은 방송국 국장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기는커녕 끝까지 자신이 생각한 대로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고 자신의 친구인 형사에게 장혜진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능청스럽게 부탁하는 인물이다.

   근래 주목받는 류승룡은 어리광을 부리듯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거나 촐싹대고 능청스럽게 윙크를 하는 등 최유진을 코믹하게 연기했다.

   중간 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대사도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영화 뒷부분은 된장을 만들려고 산골 마을을 찾은 장혜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판타지영화 같은 요소도 들어있다.

   콩, 소금, 물, 누룩 등 갖은 재료를 구해 온갖 정성을 다하며 오랫동안 숙성시켜야 하는 된장 만들기는 장혜진이 김현수(이동욱)를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계절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아낸 감각적 영상도 돋보인다.

   초반에 김종구가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먹을 때 그를 잡으려는 경찰의 움직임과 흩날리는 눈발을 느리게 표현한 초현실적인 장면, 장혜진과 김현수가 만날 때 산에 핀 매화가 흩날리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박철수 감독의 영화 '301 302'의 시나리오를 썼고 23세에 '러브 러브'로 데뷔한 이서군 감독이 12년만에 내놓은 두번째 영화다. 이서군 감독은 매일 같이 끓여 먹던 된장찌개에서 영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장진 감독이 이서군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썼으며 제작자로 참여했다. 오는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