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다더니"… 기업은행 금융소외자 상대로 '꺾기' 자행

2010-10-18 13:57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식당을 운영하는 김호식(가명)씨는 주거래 은행을 기업은행으로 옮기면서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했으나 해당 영업점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과거 다른 은행의 채무를 탕감받았던 기록 때문이었다. 영업점 부지점장은 월납 50만원짜리 적금에 가입하면 발급 승인을 받을 수 있다며 '꺾기'를 시도했다.

신용등급 상승을 위해 은행 거래 실적이 절실했던 김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적금에 가입하고 카드를 발급받았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기업은행이 사회적 약자인 금융소외자들을 상대로 꺾기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일부 영업점에서 신용도가 낮은 금융소외자들에 대해 카드 발급 등을 미끼로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식당을 경영하면서 소득세를 성실히 납부했고 납부 증명서까지 제출했는데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기업은행과 동시에 카드 발급을 신청했던 다른 두 은행에서는 정상적으로 카드가 발급됐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에서 은행 채무에 대한 면책 결정을 받았던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며 "서민들을 위한다는 기업은행까지 꺾기를 자행한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은행 고객은 "이체수수료를 면제해줄테니 적금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이미 삭제된 연체 기록을 근거로 카드 발급을 거절한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적 경쟁이 심해 무리하게 영업을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은 원치 않는 금융거래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지만 마땅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꺾기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11월부터 시행되지만 신용카드 관련 꺾기에 대해서는 제재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대출을 대가로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 관행을 금지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대출 외 상품에 대한 꺾기 행태는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은행 측이 비자발적인 금융거래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최근 정부가 친서민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금융소외자를 상대로 꺾기를 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한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을 가입토록 유도하는 복수 거래 및 복합 거래를 강조하다보니 끼워팔기가 이뤄질 수 있다"며 "내부 감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관행적으로 경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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