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태광그룹 전방위 수사...대기업 사정 ‘신호탄’되나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각종 의혹의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다른 대기업 사정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15일 “태광 회장 일가의 상속증여세 포탈 의혹과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시작으로 티브로드와 관련된 여러 의혹과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도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태광그룹 수사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빠짐없이 접근해 조사한다는 내부 방침이 정해졌다. 오랜 기간 내사를 통해 상당한 입증자료도 확보한 상태다.
◇편법·상속 증여 의혹.비자금 의혹...수사 ‘큰줄기’
현재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 방향은 크게 두가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태광그룹이 이호진 회장의 아들 현준(16)군이 기업을 승계토록 하려고 계열사 주식을 헐값으로 팔아 편법상속·증여를 도왔다는 의혹이다. 현준군이 주요 지분을 가진 티시스와 티알엠 등 비상장 업체에 주력 계열사 주식을 싼값에 몰아주며 순환출자로 엮인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아들에 대한 이 같은 방식의 편법증여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배정받도록 하는 등 상속증여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 의혹도 이번 수사의 큰 줄기다. 지난 1996년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태광산업 차명주식 가운데 일부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태광그룹 압수수색 자료 분석과 함께 검찰이 확보고 있는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위법성이 드러나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할 태세다.
◇방송사 인수 로비 의혹...정치권에 칼 겨누나
여기에 태광그룹이 케이블TV 사업을 크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내부 비자금을 동원해 정치권과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수사전선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1위의 케이블 TV 사업자인 티브로드를 거느린 태광그룹은 2006년 경쟁업체인 큐릭스를 인수키로 했으나 ‘특정 사업자가 전국 방송권역의 5분의 1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방송법 시행령 때문에 차질이 빚어지자 이면계약을 통해 군인공제회가 큐릭스를 먼저 인수하게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그룹 측은 큐릭스 지분 30%를 옵션 계약으로 확보하고 2008년 말 방송법 시행령의 보유 제한이 ‘3분의 1 이상’으로 바뀌자 나머지 70%를 사들여 방송계에서는 ‘치밀한 각본 아래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난무했다.
지난해 4월 국정감사에서 인수 의혹이 불거져 서울중앙지검이 한차례 내사를 벌인 바 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태광그룹의 여러 의혹은 2~3년 간 첩보 수집 등 다각적으로 접근했던 사안”이라며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인 만큼 대대적인 대기업 사정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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