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와대 행정관은 '입사의 달인?'
2010-10-14 08:37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동료와 저녁식사를 하다 얼마 전 퇴사한 선배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기자를 그만두고 정치권으로 옮기는 일이야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한 사무실을 쓰던 이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는 말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나이도 아직 불혹(不惑)보단 이립(而立)에 가까운 그 젊은 선배가 현 정부 임기만료 후 무얼 하느냐"는 걱정으로 이어졌다. 동료는 "걱정도 팔자"라며 "청와대는 대한민국 권력의 꼭대기인데 어디든 못가겠느냐"고 침을 튀겼다.
청와대가 대한민국 권력의 꼭대기가 맞긴 맞다는 사실을 한국거래소 국정감사 과정을 지켜보며 새삼 깨달았다. 이번 거래소 국감의 최대 이슈는 네오세미테크였다. 이 부실기업을 상장 승인한 탓에 개인투자자 7287명이 평균 2300만원의 손해를 봤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이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렇다고 억대 연봉자가 전체 직원의 40%를 넘긴다는 케케묵은 신의 직장 논란도 지겹기만 할 뿐 관심사가 못됐다. 그러나 우제창 민주당 의원의 문제제기는 "걱정도 팔자"라는 동료의 질책을 떠오르게 했다.
현재 한국거래소 상임감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김덕수씨가 맡고 있다. 그는 문민정부 청와대 민정ㆍ사정수석실 행정관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쳤다. 문형욱 한국예탁결제원 본부장도 마찬가지다. 임태희 장관 보좌관에서 대통령직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 행정관을 마지막으로 예탁결제원에 왔다. 우 의원이 문제삼은 것은 전문성이다. 정치밥만 먹던 이들이 한국 경제의 혈관이라고 일컬어지는 증권가의 핵심기관에서, 그것도 주요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에 앉아 있을 만큼 전문성을 갖췄냐는 지적이다.
물론 이들이 아니더라도 낙하산 인사는 얼마든지 있고, 어느 기관이든 낙하산 인사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금융권, 특히 증권 유관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은행 출신이 증권사 사장으로 와도 업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장벽 높기로 소문난 증권가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부 타령에 장단을 맞추는 것과 고액연봉 대상자에 한 명 이름을 더 올리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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