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그리스 국채매입 의지 공표

2010-10-03 16:06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중국이 국가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진 그리스 구하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스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그리스 국채 매입에 참여 의향을 밝히면서 양국관계 강화를 위한 5가지 제안을 내놨다.

원 총리는 우선 "중국은 외환 보유액을 통해 이미 그리스 국채를 매입해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리스가 발행할 국채를 사들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그리스는 중국과 함께 고대부터 문명이 발전한 나라들로 양 국민은 서로 우호적인 감정을 가져왔으며 어려움에 부닥친 그리스를 중국이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리스가 위기 극복을 위한 효과적인 조치들을 취했고 세계 경제와 더불어 그리스 경제도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리스 경제에 대해 신뢰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또 "중국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그리스가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지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총리가 제시한 중국-그리스 관계강화를 위한 5가지 제안에는 양국간 해운협력을 위해 중국이 50억달러 규모의 '중국그리스선박발전자금'을 설립해 이를 그리스 해운회사들이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 구매에 활용토록 하겠다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아테네 인근 피라에우스 항구가 중국의 대(對) 유럽 수출의 허브항으로 거듭나도록 항구 재건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제안도 들어 있다.

원 총리는 중국이 그리스로부터 수입을 크게 늘릴 것이라면서 향후 5년 내에 중국과 그리스 간의 무역 규모가 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대 그리스 투자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그리스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장려하는 방안도 5가지 제안 가운데 포함됐다. 양국은 아울러 문화, 예술, 관광 등의 분야에서의 교류를 강화하고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돈독히하는 한편 세계금융체제의 개혁에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 국채를 사겠다는 중국의 결정은 그리스와 유로존에 대한 신뢰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런 합의들은 엄청난 효과를 지닐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원 총리와 파판드레우 총리 간 기자회견은 그리스 내에 생중계됐다.

중국의 이런 그리스 구하기 행보는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직면한 그리스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 총리는 2박3일간의 그리스 방문을 마치고 4일 제8차 ASEM 회의와 제13차 중-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로 향할 예정이다.

이 기간에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비롯해 유럽연합(EU)의 고위급 금융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어 원 총리는 이탈리아와 터키를 방문하고서 귀국할 예정이다.

원 총리의 유럽 행보는 그리스를 포함한 국가채무 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최근 거세지는 미국의 위안화 환율 압박에 대응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원 총리의 유럽 순방을 계기로 중국의 위안화 절상노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주장을 편들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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