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프론티어] 조배숙 민주당 의원
추석을 앞둔 지난 19일 오후 5시 의원회관에서 조배숙 의원을 만났다. 그는 악마의 물약이라고 불리는 그 약, 괴로운 기억이 아련한 구내염 치료제를 바르고 있었다. 효과를 알기에 약간의 고통은 감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항변.
내달 3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겨냥해 전국을 돌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체력적 부담감이 드러났다고 한다.
“정치인 단계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죠. 3선인 국회의원 자리에 선 여성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그렇게 나아가야하는 것이고요.”
3선 의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됐고 그 책임감은 전당대회 출마 배경이 됐다.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기우는 당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 또한 이를 부추겼다.
“당 이름이 민주당인데 당내 민주주의가 부정되고 있어요. 중요한 의사결정은 공개적으로 투명하고 좀 더 공정하게 정해져야 하는데 당직을 맡은 일부가 집중, 독점적으로 행하다보니 소외된 자들은 당에 의견을 피력할 방법이 없는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오해와 갈등은 피할 수 없었고요.”
공정성이나 원칙을 두고 계파와 이념, 지역을 초월해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게 당 변화를 위한 그의 구상이다.
사실상 여성 몫 지명직 최고위원이 보장된 조 의원이다. 본선에서 6위권 진입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위원에 확정된 것. 다른 의원들만큼 절박할 이유가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 의원은 이 같은 시선을 거부한다. 생존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
“자력으로 6위 안에 들어야 해요. 그래야 지명직 여성의원 자리가 또 하나 느니까. 우리 당도 여성 당 대표감, 여성 대선감을 키워줘야 할 땝니다. 이미 다 됐다는 식으로 투표하는 것을 외면한다면 여성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셈이죠. 한나라당도 나경원 의원이 3등으로 입성하지 않았습니까.”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게 갖는 최고위원이 되고 싶다는 조 의원이다. 즉각적으로 여론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터득해 출발하겠다는 조 의원이다. 그래야만 국민들 피부에 생생히 와 닿는 정책을 생산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지도부 역할은 2012년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죠. 우선 당을 정비하고 정책능력을 강화해야 해요. 일본 민주당이 54년 자민당 장기집권을 깬 건 ‘아동수당’이란 정책 때문이었어요.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통해 민주당 국민에 ‘답’을 줘야 하는 겁니다.”
또한 ‘답’을 전달할 메신저가 필요하다는 게 조 의원의 핵심 메시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전달해 줄 상징적 존재가 있어야 하고 대선 후보감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지도부는 그러한 인물을 키워야하죠. 이른바 민주당 ‘빅3(정세균 전 대표·손학규·정동영 고문)‘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을 부각시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죠. 우리 안에 제2, 제3의 노무현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발굴, 성장시켜야 합니다.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아내 보석으로 연마하는 역할을 하는 게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18대 국회가 후반기에 접어들어 마음이 조급하다는 그다. 조 의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상 같은 목소리를 냈다고 전한다. 당장 4대강 사업 진행을 막아야 하고 남북관계도 빨리 복원시켜야 한다고. 영세업자에 타격 주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입점을 제한하는 조례 제정 작업도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force4335@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