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트렌드 브리핑] '약탈경제' 시대에 창업을 하려거든…
요즘은 눈치 빠릿빠릿한 경력자들도 낭떠러지 앞에 섰다. 손님 맞는 폼은 태연해도 머릿 속 주판알 굴리는 소리가 자륵자륵, 불안감이 감지된다. '빨리 초짜 하나 걸어서 인테리어 비용 뽑고 가게 넘겨야 할텐데…' 하는 마음 속 속삭임까지 들린다.
몇 년째 창업 경기는 완전히 바닥이다. 경기가 풀리는 조짐입네, 돈이 풀릴 기미가 보입네 하지만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안다. 돈의 쏠림이 완전히 한 쪽으로 기울었고 돈 흐르는 파이프는 군데군데 부식돼 이미 와삭, 부서진 곳도 많다는 사실. 큰 조직 내부에선 이미 끼리끼리 곶감 빼먹는 데 혈안이 된 사정들.
정부가 수시로 하얀 거짓말을 해도 미디어가 서커스 난장을 펼쳐도 이젠 기대를 품는 사람이 없다. 대기업들의 상생 시늉도 일회성 이벤트란 걸 다 안다.
이제 돈의 세계는 게임 속 '마계'처럼 혼돈의 밤 안개만 자욱하다.
혼돈의 세상에서 생존의 기로에 몰린 사람들은 '뺏고 뺏기기 게임'에 내몰리기 십상이다. 더 이상 '번다' '재테크한다' '모은다'는 행위는 바보 짓이다. 편법과 암수(暗數) 난무한 약탈 경제가 시작됐다. 창업자들도 별 저항 없이 약탈 경제의 정글로 내몰리고 있다.
요즘 창업은 유명 브랜드, 넉넉한 자본, 멋진 사업계획, 유동인구 많은 상권만 대수가 아니다. 외려 정글에서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약아 빠진 고마진 상품과 서비스, 싸디 싼 임대료, 악조건을 버티는 오기와 깡다구, 홍보 마케팅과 로비 작전, 인맥 동원 등 이면의 진리를 터득하는 게 그나마 상수다.
완전 초심자인 지인이 창업 행진에 합류했다. 유명 부동산컨설팅업체에서 잔뼈가 굵고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팀장, 자산운용 회사 임원을 거친 관록의 40대 후반 엘리트다. 많은 사람들이 폄하하는 영양탕집을 차렸다. 갸웃 거리며 찾아가 들어보니 나름 그럴듯한 창업 스토리가 있었다.
오랜 발품 끝에 가게 세가 적으면서도 목 좋은 곳을 골랐고, 마침 주인이 영양탕 전문가에다 가방 끈 짧아도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 이미 한 재산 일군 시장 바닥 선수다. 그가 주위 텃세 방어는 물론 국물맛과 고소한 수육 만드는 비법도 조건 없이 전수해 주었다고 한다.
실제로 먹어보니 일주일 내내 다시 생각나는 맛이었다. 캄캄한 경기 상황에 번영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폼 잡지 않고 낮은 데로 푹 내려선 지인의 성실성과 웃으며 즐겁게 일하는 그 아내의 생기발랄함. 이런 것들이 가게 주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대취 직전까지 떠벌떠벌 '신중해라', 신신당부하고 돌아오는 길에 '쨍하고 볕 뜰 날 돌아 온단다'하는 뽕짝 가요가 입에서 흥얼흥얼 흘러 나왔다. 정말 볕 뜰 날은 있을까? 의심하면서도 '있다'고 강하게 믿으며 손님을 몰고 다시 가고 싶은 마음에 괜히 들떠 보았다.
우리 모두 군소리, 비평 집어 치우고 창업한 지인들을 도와주자. 공정사회는 어렵지만 먹어주고 팔아주는 행위는 쉽지 않은가? 시간 문제지 '말캉' 남의 일만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 아니한가?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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