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공백'속 시험대 오른 유엔 외교

2010-09-19 20:48

전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제65차 유엔총회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했다.

192개 모든 유엔회원국 대표들이 참석, 각국의 입장을 홍보하는 기조연설을 비롯해 곳곳에서 양자.다자접촉이 펼쳐지는 ’세계 최고.최대 외교의 장(場)’이 시작된 것이다.

각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되는 만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낙마로 외교수장이 공백상태인 우리 정부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에서는 신각수 외교부 장관직무대행이 대표로 참석, 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12개국과 양자회의를 갖고 5개의 다자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신 장관직무대행은 오는 25일 유엔 총회 본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새천년개발목표(MDGs), 기후변화, 유엔평화유지활동, 비확산 등 국제현안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에 대해 설명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해 소개하는 동시에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북한의 책임있는 태도와 진정성 있는 행동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스리랑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아프가니스탄, 칠레, 카자흐스탄, 콜롬비아, 파나마, 호주 등 12개국 외교장관과 양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당초 유엔총회에서 북핵 6자회담과 관련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일본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신임 외상과의 회담일정이 최근 확정됐을 뿐 러시아.미국.중국 등과의 양자회담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유엔 총회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자회담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가능한 많은 양자회담을 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참석, 19일 오전에 기조연설할 예정이다.

신 장관직무대행은 또 이번 유엔총회 계기에 평화와 군축. 민주주의 등의 주제로 열리는 각료급 다자회의에 참석한다.

그는 23일 리투아니아 대표의 주재로 열리는 ’민주주의공동체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민주적 거버넌스를 위한 여성의 핵심적 역할’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공동주도국으로 참여한 민주주의공동체는 범세계적인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17개국의 주도로 지난 2000년 출범했다.

24일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주재하는 ’군축회의(CD) 활성화 및 다자군축협상 진전 고위급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반 총장이 지난 12년간 지지부진했던 유엔 차원의 다자간 군축협상을 되살리기 위해 제안한 이 회의에는 50여개국 고위급들이 참석한다.

이밖에도 신 장관직무대행은 22일 ‘아시아협력대화(ACD)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데 이어 24일에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발효 촉구를 위한 ’CTBT 발효촉진 고위급회의’와 서로 다른 문화.문명 간 대화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문명간 연대’ 각료급회의에 지지국가 대표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양자와 다자외교를 각각 ’양약’과 ’한약’에 비유하며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서 역할을 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유엔 총회가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한국의 역할을 증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회 최대 이슈가 될 ’새천년개발목표(MDGs) 정상회의’에는 유엔 총회 의장을 역임한 한승수 전 총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 기조연설을 하고 라운드 테이블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