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외환·채권시장은 오자와에 한 표"

2010-09-13 13:02
WSJ, "'변동성 커질 것'…금융시장, 오자와 지지"

   
 
26일 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도쿄(일본)=AP연합뉴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이 14일 총리 자리가 걸린 민주당 대표직을 놓고 일전을 치른다. 여론조사 결과는 간 총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외환ㆍ채권시장에서는 오자와 전 간사장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이번 선거의 핵심인 일본 경제와 정부 재정에 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한 간 총리보다 대담한 부양책을 제안한 오자와 전 간사장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지토 노리히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투자전략가는 "오자와 전 간사장이 당선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일반인들과 달리 변동성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오자와 전 간사장의 승리를 더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일본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자와 전 간사장의 지지율은 23%로 간 총리의 67%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게다가 간 총리는 지방의원과 당원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전체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과감한 경제 및 복지 정책을 내세운 오자와 전 간사장은 일본 정치의 최대 실력자 답게 국회의원들의 지지가 상당해 민주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대표 경선은 민주당 국회의원 411명이 2점씩 822점, 지방의원 약 2382명이 100점, 당원ㆍ서포터 약 34만명이 300점을 행사해 전체 1222점 중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이다.

금융시장에서도 오자와 전 간사장의 승리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2조 엔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안, 제로금리 유지, 엔고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등 대담한 공략을 실천할 경우 증시 반등으로 상당한 차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채권 투자자들의 경우 오자와 전 간사장이 부양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대거 발행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해 짭짤한 수익을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 2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1.92%를 기록, 오자와 전 간사장이 경선 출마를 시사한 지난달 26일에 비해 0.3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10년물 국채 금리(1.155%) 역시 0.035%포인트 뛰었다.

야마시타 마코토 도이체증권 일본 국채 투자전략가는 "오자와 전 간사장이 승리할 경우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20년물 국채 금리는 2.1%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도 오자와 전 간사장의 승리를 내심 바라고 있다. 지난 4월 고점 대비 19%나 빠진 일본의 주식시장은 특히 엔고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고대하고 있다.

이노우에 테츠오 파나체애셋매니지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누가 엔고를 저지할 수 있느냐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이며 현재 시장은 오자와의 전략에 더 큰 인상을 받았다"며 "간 총리가 이긴다면 주식ㆍ채권ㆍ외환 등 금융시장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가 대표직에 당선되든 근본적인 엔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총리직을 수행할 경우 20%대의 낮은 지지도로 인해 조기 총선이 예상되며, 간 총리가 대표직에 당선될 경우 민주당 내분으로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WSJ는 다만 집권당인 민주당 대표의 공석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투자자와 일반인 모두가 원하는 것은 민주당 대표가 선출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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