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결혼 안했다면 이런 연기 못했을 것"
"원래 울 계산이 없었는데 연기하다 보면 하염없이 눈물이 막 나요. 자제를 못하겠더라고요."
탤런트 김지영은 요즘 '눈물의 여왕'으로 불린다. KBS 주말드라마 '결혼해주세요'에서 남편의 배신으로 이혼 위기에 처한 주부 남정임을 연기하면서 절절한 눈물 연기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결혼하고 새로운 가족을 꾸리다보니 복합적인 감정 표현이 가능해 진 것 같다"며 "결혼 전에는 지금처럼 남편과 시부모님과의 관계를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지영은 정임을 연기하면서 몰입이란 단어를 실감한다. 정임은 별 볼일 없던 대학원생 남편 태호(이종혁)를 열심히 뒷바라지해 명문대 사회학과 교수로 만들었지만 태호가 다른 여자(이태임)를 마음에 품고 있음을 알고는 배신감을 느낀다.
그는 정임이 처한 상황에 빠져 울고 화내고 가슴 아파하기를 반복한다. 한달 간은 하루 종일 울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남편이 다른 사람들한테 좋게 보이기 위해 정임의 감정은 생각하지 않고 방송에 같이 나가자고 했을 때 너무 화가 나고 태임이가 그날따라 너무 보기 싫더라고요. 너무 심장이 뛰어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요. 나중에 또 남편이 자기가 여태껏 비참하게 살았다며 하소연할 때는 의외로 화가 나지 않고 가슴이 아팠어요.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슬펐어요."
그는 "너무 몰입이 돼서 이종혁씨가 사석에서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면 되게 서운하다"며 웃었다.
'결혼해주세요'는 배우로서 그에게 자신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장이 된다.
"다른 작품에서는 제가 캐릭터에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냥 저를 풀어놓고 있어요. 인간 김지영이 연기하는 남정임이 어떤지 궁금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연기를 하면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극중 남편 태호처럼 배우자의 정신적 외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사람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가슴이 설렐 수 있잖아요. 상대방도 그런다 그러면 불이 붙는거죠. 그런 상황이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책임과 의리를 보여줘야 어른스럽다고 할 수 있어요. 본인은 힘들겠지만 결단력 있게 그런 상황을 끊어야 해요. 그렇지 못하면 죄가 되는 거죠."
'결혼해주세요'는 김지영의 열연과 빠른 상황 전개에 힘입어 시청률 30%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태호의 행동이나 정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시아버지의 태도로 인해 막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김지영은 "막장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될 단어"라고 말했다.
"막장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억지스럽고 작위적인 설정을 말한다면 저희 작품에는 맞지 않는 표현인 것 같아요. 전작 중 막장 드라마라고 부를 만한 작품이 있긴 했어요. 그렇지만 이 작품은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다루잖아요.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탤런트 남일우. 김용림 부부의 아들인 동료 배우 남성진과 결혼해 2008년 11월 첫 아들을 얻은 그는 이 작품을 위해 둘째를 가지려던 계획도 미뤘다. 작품 선택에는 가족들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시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오더니 '걱정하지 말아라. 작품 얘기 들었는데 괜찮은 거 같다. 1년동안 열심히 애 키웠으니 작품이 욕심 나면 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마음 편하게 작품에 임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주부에서 연기자로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제가 애를 키우느라 살이 좀 쪄있는 상태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처음에는 펑퍼짐한 아줌마로 나오는 거라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출연했는데 초반에 남편 앞에서 노출하고 춤추는 장면이 있는 거에요. 대본 받고 놀랐어요. 찍고나니 너무하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웃음)"
그는 앞으로 정임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펼쳐질 거라며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이 자기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품이 끝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갈 계획이라는 그는 "둘째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20대 때부터 애를 낳았다면 네다섯은 나았을 거 같아요. 부모가 되면서 인간이 성숙한다는 게 뭔지 깨닫고 있어요. 결혼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 몰랐을 거에요. 연기할 때도 표현하는 게 다른 거 같아요.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을 겪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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