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에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 개설 추진
대이란 수출입대금 원화로 결제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정부가 국내은행에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8일 발표한 ‘대이란 유엔 안보리 결의(1929호)이행 관련 정부 발표문’에서 “정부는 우리 국내기업의 이란과의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거래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국내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 원화 결제 계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화계좌 설치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정부는 “UN안보리의 이란제재결의(6월 9일)와 뒤이은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 시행(7월 1일), EU(7월 26일)·일본(9월 3일) 등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로 국내 수출입 업체의 대이란 대금결제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며 “EU의 4만 유로 이상 대이란 거래 시 허가제 도입, 일본의 주요 이란은행 자산동결 조치 등에 따라 EU·일본 은행들의 대금결제 중개가 원활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이란 수출입 대금 결제는 주로 유로화와 엔화로 결제되기 때문에 통화소재국의 은행이 해당통화로 자금중개를 하지 않으면 결제가 곤란하다는 것.
이어 “실물경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외여건의 변동과 무관하게 정상적인 거래에 대해선 안정적인 대이란 대금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한·이란 간 ‘원화결제’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현행 외국환거래법에서도 외국인이 국내은행에 원화계좌를 개설해 무역거래 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 원화계좌를 설치하면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과 국내 외국환거래법을 모두 어기지 않게 된다는 점도 정부가 원화계좌 설치를 추진하게 된 중요한 이유다.
원화계좌가 설치되면 이란과의 무역거래에 있어서 국내업체의 대금결제는 대외지급·영수 없이 국내에서 이뤄지게 된다.
예를 들어 국내 A사가 이란의 B사에 4억원 어치의 휴대폰을 수출했다고 가정하면 B사는 이란중앙은행에 4억원 상당의 이란리얄을 지급하며 수입대금을 송금할 것을 요청한다.
그러면 이란중앙은행은 국내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를 통해 수입대금을 지급할 것을 지시하고 A사는 이 원화계좌를 통해 수출대금 4억원을 받게 된다.
반대로 국내 A사가 이란국영석유회사로부터 4억원 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다고 가정하면 A사는 국내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에 수입대금 4억원을 입금한다.
그러면 이란국영석유회사는 이란중앙은행으로부터 4억원 상당의 이란리얄을 받게된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한·이란 간 정상적인 거래에 관련된 대금결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국내기업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수출입 기업이 환위험을 부담하지 않게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 개설은 이란중앙은행이 동의해야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 날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재 이란중앙은행과 원화계좌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란중앙은행이 원화계좌 개설에 끝내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대이란 수출입 기업들은 대이란 대금결제 자체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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