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곳이 전시장···보는 것이 예술품

2010-09-09 08:22
'확 달라진' 미디어아트비엔날레

10주년 맞아 문학·사회학적 미디어 초점
편해진 동선 등 관객과의 소통 중시

   
 
김범, Untitled (News) 뉴스, 2002, 1 channel video, 1min 42sec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전세계 유명 작가의 동시대 미디어아트 작품을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관객 지향형' 비엔날레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비엔날레가 부산이나 광주 등 지방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관객들은 서울 시내에서 보다 쉽게 세계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제6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2010, 이하 미디어시티)는 그 어느 해보다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특히 서울의 전통과 역사가 묻어있는 장소를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관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동선을 줄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덕수궁 내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상황극, 사진, 영상, 영상설치, 슬라이드 필름, 신문연재, 콜라주, 월페인팅 등 총 36팀의 감상하고 덕수궁 돌담길이 있는 정동길을 따라 걸으면 이화여고심슨 기념관에 도착한다.

   
 
조덕현, Herstory Museum Project, 2010, voice installation of 100 women
이곳에서는 조덕현 작가의 '허스토리 뮤지엄' 프로젝트를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이화학당의 장소적 특성을 살려 여성 100명을 인터뷰한 작품을 보여준다. 현재까지의 역사를 남성중심의 시각이 아닌 여성 중심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역사에 삭제 혹은 제외된 삶의 가치를 재검토한다.

이후 정동길이 끝나면서 나오는 새문안길을 따라가면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과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중정에서도 미디어아트 작품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경희궁 분관에서는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태국 아삐찻뽕 위라세타꾼 감독의 '프리미티브'를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비엔날레의 작품 주제는 트러스트(Trust).

지난 10년간 비엔날레가 20세기 초 미디어의 출현과 함께 탄생한 '미디어 아트'에 초첨을 맞췄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좀 더 인문학적ㆍ사회학적 관점에서 '미디어'라는 매체의 특성을 보여준다.

총 21개국 45팀이 참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인쇄물, 도시 폐기물, 사진과 비디오 기술,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형식들을 작품에 활용해 관람객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구촌과 공동체, 그리고 자아와 인식 체계에 대한 질문을 하게끔 유도한다.

예를 들어 시립미술관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입구에서 말을 건네는 한 여성과 조우(遭遇)하게 된다. 여성이 말하는 것은 그날의 신문 머리기사 제목.

바로 티노 세갈의 '이것은 뉴스다'라는 작품으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의 반응으로 퍼포먼스를 완성한다.

해설자(Interpreter)를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요청하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작가는 비물질화 작업을 시도한다.

이밖에도 생화와 조화가 뒤섞여 있는 빌럼 데 로이의 화분작품을 통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미디어환경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시카고의 폴란드 이민자를 주목한 앨런 세큘라의 사진, 레바논 내전을 다룬 왈리드 라드과 국제 형사재판소의 재판기록을 재연한 주디 라둘의 영상작품, 평택 미군기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추리 사건을 반영한 노순택의 사진, TV뉴스를 재구성한 김범의 영상작품도 흥미롭다.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 율리케와 아이몬 순응(Ulike and Eamon Compliant), 2009
영국 아티스트 그룹 블라스트 씨어리의 '율리케와 아이몬의 순응'도 관객 참여를 통해 진행된다.

관객들은 작가에게 핸드폰으로 지시를 받고 실존했던 테레리스트의 삶을 미디어를 통해 직ㆍ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밖에도 미디어시티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우선 미디어 시티를 찾는 관람객은 모든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또 작품이해를 돕기 위한 가이드북과 오디오 가이드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전시 홈페이지(http://dmc.seoul.go.kr)에서 Mp3를 다운받을 수 있다.

또 국내 비엔날래 행사로서는 최초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해 관객들과 적극적인 대화도 시도했다. 전시기간 중 매주 화요일~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는 도슨트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김선정 총 감독은 "예전의 미디어가 대중을 대상으로 했다면 지금의 미디어는 개인적의 심리, 정신상태, 윤리적 측면을 중시한다"며 "이미 미디어의 영향력은 일상 속으로 침투해 개인의 생활을 바꿔놓고 있는 만큼 관람객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체험하는 비엔날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비엔날레의 개막 초청 기념 공연으로 유럽에서 활동중인 일렉트로 어쿠스틱 음악가 '타렉 아투이'의 '언 드럼' 공연이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야외광장에서 펼쳐진다.

또 서울역 앞에 위치한 가로 99m×세로 78m의 세계 최대 규모 미디어파사드인 '서울스퀘어 미디어캔버스' 에서는 매주 월, 수, 금요일 밤에 서도호 작가의 '나, 우리는 누구인가?: 유니 페이스'와 맥시코 출신의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의 사진작업들이 상영되고 있다.

mihole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