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가격전략 위협하는 '바겐헌터' 이렇게 막아라

2010-09-12 13:55
SMR, '가격통제권' 되찾는 전략 소개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기업의 가격 전략을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이 제시한 가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단순 구매자가 아니다. 기업의 가격 전략을 뒤흔들고 있는 이들의 무기는 단연 인터넷이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평가하는 것은 물론 귀신처럼 제조단가를 알아내 가격에 낀 거품을 지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공동구매를 통해 대규모 할인혜택을 이끌어 내는 건 보통이다.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할인쿠폰은 어느새 전 세계로 퍼져 기업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커지기 일쑤다. 검색엔진업계가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가격 비교 서비스 역시 소비자들의 가격 통제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소비자들의 가격 통제력이 커지면 커질 수록 기업의 수익은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품질을 중요시하지만 같은 품질이라면 저가제품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내준 가격 통제권을 되찾을 묘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경영대학원이 내는 경영저널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파격적인 할인가를 좇는 '바겐헌터(bargain hunter)'들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소개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먼저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는 법이다. SMR은 기업들이 가격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격할인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이 모이는 사이트를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다양한 할인상품을 묶어둔 사이트를 찾아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라는 주문이다. 이들이 '이건 거저다'라고 꼽는 제품이 있다면 할인혜택이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사 제품의 할인혜택이 해당 제품 수준과 맞먹는다면 혜택을 축소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제품과 가격, 기업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실시간 온라인 판매 상황을 주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례로 5분 동안 한 제품이 전보다 100배 이상 팔렸다면 잠시 판매를 중단하고 판매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바겐헌터들의 활동을 은근히 제약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특판(fire sale)'은 최악의 경제상황에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판매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업들은 온라인상에서 바겐헌터들이 벌이는 활동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다 적기를 포착해 특판과 같은 할인행사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바겐헌터에게 제공되는 할인혜택에는 제약조건을 달아야 기업이 공급자로서 가지는 우선권을 누릴 수 있다. 할인의 범위나 횟수를 제한하거나 특정 사이트 회원만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제약이 있을 때라야 기업은 최고 할인율을 적용할 때의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어 공급량을 조절하는 재량권을 누릴 수 있다. PC 메이커 델의 경우 여러 할인 사이트에서 정기적으로 쿠폰을 발행하지만 사용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제품이 헐값에 팔리지 않도록 그럴싸해 보이는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수의 제품을 패키지화하면 개별 할인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해 주는 고급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SMR은 추가적인 서비스나 제품을 끼워 파는 패키지 판매는 개별 상품의 가격투명성을 낮추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개별상품의 가격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딜러들이 자동차를 판매할 때 수리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 SMR은 판매ㆍ유통 네트워크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반품이나 환불을 악용하는 온라인 고객들은 할인혜택 수혜 대상에서 배제시키라고 조언했다. 또 가격 비교 사이트를 운영하는 검색엔진과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로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할인을 통해 이익을 보는 상품과 그렇지 못한 상품을 명확히 구분하고 중간 유통업체를 통해 할인상품을 제공하면 기업의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가격 통제권도 누릴 수 있다고 SMR은 지적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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