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후보자, 자진사퇴 결정 막전막후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으로부터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전달받고 이를 수용키로 결심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지난 27일 밤 임 대통령실장을 만나 "공정한 사회는 도덕성이 기초가 돼야 하는데, 총리 내정자로서 대통령이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 기조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또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총리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실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며 아쉬움도 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내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이 정부의 성공에 정말 기여하는 것이고, 이 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자신의 사의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임 대통령실장은 다음날인 28일 오전 이 대통령에게 김 후보자가 전달한 사퇴 의사를 보고했으며, 이 대통령은 고민 끝에 이를 수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민, 이재훈 내정자의 경우 29일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했으며, 이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총리 후보자 등의 사의를 전격 수용한 것은 8.15 경축사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천명한 '공정한 사회'의 기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기 위한 결연한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국민의 여론에 겸허히 귀 기울이는 '소통'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확인시키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통령실장은 "이번 과정을 통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정말 공정한 사회가 돼야 선진국가가 된다는 확신과 이를 정말 생활에서 실천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대통령실장으로서 강하게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의 국정 기조를 더욱 집중력 있고 강력하게 추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등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나와 청와대부터 (인사청문회 등에서 지적된) 그런 부분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새롭게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사회 전반에 공정하지 못한 관행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부분에서 공정한 사회를 적극 실천해 뿌리내리도록 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고독하지만 민심의 한복판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임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으로부터 김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 장관 내정자, 이재훈 지식경제 장관 내정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과 여당의 기류를 보고받고 `여론의 흐름을 돌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날 이 대통령이 확대비서관회의에서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청와대가 그 출발점이자 중심이 돼야 한다. 나 자신부터 돌아보겠다"고 말한 것은 김 후보자와 일부 장관 내정자의 사퇴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확대비서관회의에서 공정한 사회의 실천을 언급하면서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했는데, 괜히 한 말이 아니다. 다 뜻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김 후보자 및 장관 내정자 2명의 자진사퇴를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요구한 적은 없으며, 사퇴 여부를 놓고 여론조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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