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기업 금고 열었지만…

2010-08-26 13:17
S&P500 비금융기업 2조달러 현금자산 투자 시동 자사주매입, 배당에 치우쳐 투자효과 의문 지적도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미국 대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쌓아둔 현금자산을 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이 최근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을 통해 현금자산    재분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 자사주매입프로그램 규모(왼쪽ㆍ단위:10억달러)/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기업 현금자산 규모(단위:조달러)  <출처:WSJ>       

금융 정보업체인 팩트세트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비금융권 업체들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사상 최고치인 2조 달러에 달한다. 

JP모건체이스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들이 금융위기로 11%까지 높인 현금 자산 비중을 7%로 정상화할 경우 4280억 달러의 자산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08~09년 기업들이 주식환매에 쏟아 부은 자금과 맞먹는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S&P500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투자한 금액은 1427억 달러로 지난해의 3배에 달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주당순이익(EPS)을 늘리는 효과를 보고 있다.

미 국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S&P500 기업 중 24개 기업의 회사채가 10년 만기 미 국채보다 나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업들의 평균 배당순익은 4.2%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2.5%)을 크게 웃돌고 있다.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 지급도 후해졌다. 올 들어 S&P500 기업의 3분의 2가 배당 규모를 늘려 127억 달러를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인수합병(M&A)도 활성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회사인 호주의 BHP빌리턴은 최근 캐나다 비료업체 포타쉬 인수가로 390억 달러를 제시했고 인텔은 보안소프트웨어 업체인 맥아피를 76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잉여자산을 고용창출 등을 통한 기업 성장에 투자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만 쏟아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컨설팅업체인 더프앤펠립스의 로저 그라보위스키 이사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규모가 늘고 있다는 것은 경제여건이 취약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라며 "아직은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나설 만큼 글로벌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