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라치 실태] 조직적 기획소송...야유에 욕설까지...

2010-08-17 18:58
전문지식에 변호사 고용...시공사에 수십억 요구 공정위, 아파트 분양 민원땐 90%이상 무혐의 처분

   
 
건설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 아파트의 입주자 연합회 인터넷 카페 메인화면. '결사투쟁', '끝까지 싸운다' 등의 구호가 마치 강성 노조의 투쟁을 연상시킨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 지난해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500여 가구를 분양한 S건설은 분양가를 3.3㎡ 50만~60만원 할인하고, 미납 중도금의 연체 이자도 줄여 달라는 계약자들의 무리한 요구로 골치를 썩고 있다. 특히 입주예정자 연합회를 조직해 이끌고 있는 회장이 중개업자 출신으로 건설사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 회장은 같은 지역의 W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예정자 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건설사와의 분쟁에 있어 전문가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지난 2008년 전남에서 1000가구 정도를 분양한 한 건설사는 '아파라치'와 협력해 각종 꼬투리를 잡는 입주자 대표회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분양 담당자들에게 쏟아지는 각종 야유와 욕설들로 협의 자체가 힘들었다. 이때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 달콤한 제안을 해왔다. 5000만원만 주면 더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지쳐버린 건설사는 결국 회장이 보유한 분양권에 5000만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되사는 방식으로 회장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처럼 최근 많은 주택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이나 입주 과정에서 계약자들과의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일부 계약자들은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하고 시공사에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등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지나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시공사와 아파트 계약자간의 분쟁은 3단계로 나눠진다. 우선 아파트 분양 단계에서 1차 분쟁이 발생한다. 입주 예정자들이 미분양 등을 이유로 분양가 할인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2단계는 준공 직후 입주를 앞둔 시점에 계약자들이 단체로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주로 투자를 목적으로 분양에 나섰던 사람들이 입주할 때 시세가 떨어지자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며, 아무 조건 없는 계약해지를 원하는 것이다. 

이때 계약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공사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무차별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을 쓴다. 

마지막 단계는 준공 후 1년 정도 지난 시점에 시작된다. 기존 설계도면과 실제로 준공된 건물을 비교해 잘못 시공된 점 등을 꼼꼼히 파악해 이를 빌미로 시공사에 막대한 금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아파라치가 등장한다. 브로커인 이들은 입주자 대표회의와 시설물 안전진단 업체를 연결시켜 준다. 만약 건설사가 쉽사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서로 소송까지도 불사한다. 

서울 강남 역삼동에서 지난해 오피스텔을 분양한 S건설은 아파라치와 입주자들과 17억원에 이르는 소송에 휘말려 3억원을 보상했다. 결국 14억원이 아파라치에 의해 부풀려진 셈이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2004년 경 생겨난 아파라치들이 최근 주택시장 침체와 더불어 급속히 늘어나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각 현장마다 크고 작은 소송이 끊이지를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약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건설사는 이에 대한 자료를 제출한다"며 "과거에는 공정위가 대부분 계약자 편에 섰지만 요즘에는 아파트 분양 관련 민원의 90% 이상이 무혐의 처리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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