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드] 고객 등진 국민은행…신뢰 회복 급선무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최영찬(가명, 39)씨는 전 집주인에게 받은 월세 보증금을 국민은행 계좌에 입금했다. 전 집주인이 수표 분실을 이유로 보증금으로 지급한 수표번호 확인을 요구하자 흔쾌히 응했으나 국민은행 영업점에서 이미 집주인에게 번호를 알려줬다는 말에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본인의 금융정보를 허락없이 넘겨줬다는 생각에 항의했으나 "무슨 피해가 있었냐"며 되묻는 은행 직원의 태도에 아연실색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객의 금융정보를 유출한 것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것인지는 더 검토를 해야 한다"면서도 "수표번호를 비롯해 고객 정보를 함부로 얘기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비만증에 걸린 국민은행이 거만증까지 걸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직 기강이 허물어져 고객 서비스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고객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은행은 4년 연속 고객만족 대상을 수상한 은행이지만 고객들이 체감하는 서비스 질은 기대 이하다.
임신 중인 한 고객은 "국민은행 지점을 찾아 (출산비 지원이 되는) 고운맘 체크카드를 신청했는데 막상 받은 카드는 신용카드였다"며 "은행에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잘못을 인정하며 연회비 면제를 조건으로 내걸기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고객은 신용카드 발급시 신용 조회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했지만 은행 측은 사은품 제공으로 무마하려 했다.
또 다른 고객은 국민은행 대출을 금리가 낮은 A은행 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국민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인즉, 고객과 대출을 승계받을 은행의 청원경찰이 국민은행에서 전환대출을 신청했지만 직원들의 언행이 너무 불손했다는 것. 고객이 항의하자 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대출 뺏기고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면박을 줬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의 조직 기강이 무너진지 이미 오래라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영진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새 수뇌부가 선임됐지만 흐트러진 조직 기강을 바로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그 동안 너무 편하게 영업을 하면서 너무 안이하게 고객을 대했던 측면이 있다"며 "새로 선임된 민병덕 국민은행장이 영업통이라고는 하지만 조직문화를 다잡는 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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