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담화, 과거에 비해 진일보 했지만 낙관하긴 일러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0일 오전 총리 관저에서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내각회의를 마치고 나서 한일한국에 대해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일본)=연합뉴스) |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한ㆍ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한국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우리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나오토 총리는 10일 "3ㆍ1 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ㆍ군사적 배경 하에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뜻에 반하여'란 구절이 일본 식민지 '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식민지 지배 자체의 강제성만 인정했을 뿐 '병합 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대에 못미친다는 게 주된 의견이다.
병합 자체의 불법성과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한국 병합은 여전히 합법적인 조치로 남게 된다는 해석이다.
이번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1995년 8월 15일 종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했던 '무라야마 담화'와도 비교할 수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역대 정부가 표명한 가장 진전된 견해로 평가되는 한편, "결과적으로는 잘못했지만, 병합조약 자체는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병합조약 100주년을 맞아 발표되는 간 총리 담화에서는 병합조약 자체가 원천 무효라는 부분까지 포함되지는 못하더라도 '병합조약에 이르는 제반 조약ㆍ협정(혹은 과정)이 한국인의 의사에 반해서 강제됐다'는 부분이 포함되길 바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간 총리의 담화 중 '병합조약 체결로 시작된 식민지 지배가 정치적ㆍ군사적 배경하에 한국인의 뜻에 반해서 이뤄졌다'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병합조약 자체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리로 연결되는 길을 열어 놓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담화에 대해 권철현 주일 대사는 "과거를 직시하려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과 실천 노력은 평가할만하다고 밝혔다. 그는 "담화에서 간 총리가 표명한 도서반환 의사는 궁내청에 보관된 조선왕실의궤뿐 아니라 총독부가 반출해 궁내청이 보관하고 있는 도서를 돌려준다는 의미로 담화가 과거처럼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 대해 "앞으로 일본이 이를 어떻게 행동으로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양국간 현안이나 협력 방안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지혜롭게 협력해 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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