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박근혜 비판' 발언 파문 확산

2010-08-05 18:38
'군주처럼 모시려는…' 발언에 "박 전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게 계보정치" 반박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박근혜 전 대표 비판 발언에 따른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친박(親朴)계 인사들은 이번 발언 논란에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가신(家臣)’ 그룹에선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김재원 전 의원은 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이 있다”는 등의 최근 김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게 계보정치다”고 반박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측 대변인을 맡았으며, 현재 박 전 대표의 법률자문 등을 맡고 있는 최측근 인사다.

김 전 의원은 “친박 내에선 오히려 박 전 대표가 계보정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긴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전한 뒤, “당내에 ‘근친 증오’, 가까운 사람을 더 미워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한때 ‘좌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박계 핵심 인사로 통했던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김 전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좌장’이었다면 ‘못난 사람들’의 행위를 시정해야 할 위치에 있거나, 그럴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바로 그것”이라며 “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민주주의 개념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민주주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소중한 철학과 가치를 폄하했다”며 유감을 나타냈으며,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최근 당 지도부가 계파 해체를 통한 당 화합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점에 빗대 “잘 해보려고 하면 꼭 한 번씩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이미 2년 전부터 했던 얘기”라며 이런 친박계의 반발에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는 모습.

친이(親李)계로 분류되는 정의화 국회부의장도 “김 원내대표가 오랫동안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그동안 느낀 소회를 얘기한 게 아닌가 한다”며 “정치적으로 큰 무게를 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올 초 세종시 수정안 처리 문제를 두고 당내 친이·친박 간 갈등이 확산되던 당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독립기관만 세종시로 내려 보내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가 ‘9부 2처 2청’ 이전의 원안 고수를 주장한 박 전 대표와 충돌한 뒤 사실상 친박계와 ‘결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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