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행권, 이란 은행 제재 고심… 진출 기업 피해 우려

2010-08-04 18:46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금융당국과 국내 금융권이 이란계 은행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란 제재 돌입에 동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이란 진출 국내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어려워지는 등 피해가 우려된다.

4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부터 이란계 멜라트은행의 서울지점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 중이다. 멜라트 은행은 이란의 아시아 금융허브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검사의 착수 시기가 미국의 이란제재법 발효 이전이지만, 검사결과는 이란 제재가 본격화하는 때와 맞물리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국내 은행들은 지난달 8일 이후 발생한 이란과 관련한 수출입거래를 사실상 전면 중단한 상태다.

외환은행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개설한 계좌를 아직 폐쇄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제재 이후 해당 은행과의 자금 유출입 실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9일 이후에 발생한 거래에서는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은행과 고객에 대한 거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 금융회사들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데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은행들 외에 나머지 이란의 은행들은 국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 이란과의 송금 등을 위한 결제은행을 선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란과의 거래가 불가능해진 상황인 셈이다.

그는 또 "해외 금융회사들도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터라 해외 다른 은행에서 대체 결제 루트를 찾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멜라트 은행의 자금이 동결되고 외환거래가 정지될 경우 멜라트 은행을 통해 현지진출 기업 자금지원이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에 대한 업계의 대체 송금 루트 확보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외환 결제 방법을 다변화하고 미국 측에 멜라트은행 등의 송금을 허용해주도록 요청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이 대체결제 루트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면서 고민 중"이라면서 "대이란 수출기업이 2000개 정도 되는데 유로나 엔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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