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銀 스트레스 테스트 7곳 '불합격'… 대형銀 모두 통과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유럽연합(EU) 20개국 91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에서 스페인, 그리스, 독일의 7개 중소 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테스트는 최근 남유럽발 국가부채 위기가 고조되면서 은행들이 위기 상황에 대처할만한 자본 여력 등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유럽내 은행의 65%에 해당하는 91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가 23일 오후 발표한 EU 91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스페인 저축은행(CEJAS) 5곳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한 2008년 독일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뒤 국유화된 히포 리얼 에스테이트(HYPO REAL ESTATE HOLDING) 은행과 그리스 농업은행인 ATE뱅크도 최악의 경제 위기 시나리오에 대비한 재정 건전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CEBS는 이에 따라 이들 은행들에 380억 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권고했다.
영국의 HSBC, 바클레이즈, 로이즈,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은행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등의 대형 은행들은 모두 테스트를 통과했다.
이번 평가는 그리스 부채의 23.1%, 스페인 부채의 12.3%, 포르투갈 부채의 14%, 독일 부채의 4.7%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 은행들이 대처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CEBS는 "미국이 실시했던 것 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으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채무 비중이 큰 유로존 국가들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실제 위험성이 저평가됐다면서 신뢰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번 테스트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에 대해 시장 가격이 아닌 장부 가격을 기준으로 적용했는데 실제 위기가 닥칠 경우 장부 가격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화시켜 주려면 테스트 자체의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결과와 후속대책 등의 완전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금융부문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EU는 지난해 9월 22개 대형 은행에 대해 재무 건정성이 양호하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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