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돈도 벌고 세상도 구하는 비즈니스
2010-07-20 16:32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구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working not begging)'
'빅이슈(Big Issue)'를 판매하는 노숙인들의 등록카드에 적혀 있는 문구다.
빅이슈는 잡지 발행을 통해 자체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재투자해 취약계층을 돕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1991년 영국 더 바디샵의 공동 창업자 고든 로딕과 존 버드가 창간했다.
현재 빅이슈는 영국·일본·호주 등 9개국에서 13종이 발행된다. 런던에서만 주간 14만부(ABC, 2009)가 팔린다.
빅이슈가 이렇게 탄탄한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공익성 만큼이나 '기업성'이라는 화두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에게 무상으로 생필품을 지급하거나 기부금을 전달하는 단순한 자선단체가 아닌 수익창출을 할 수 있는 판매를 지향했다.
우선 빅이슈는 설립 취지에 충실해 잡지 판매 권한을 노숙인에게만 부여했다. 1.5파운드(약 3000원)짜리 빅이슈는 잡지 발행 비용만 제외하고 7펜스(약 1600원) 정도만 노숙인들에게 제공한다. 잡지 한권의 팔아서 수익의 약 53%를 판매자가 갖는 조건이다.
또 데이비드 배컴, 폴 메카트니, 조니 뎁 등 유명인사들이 표지모델로 나섰고, 전문기자와 블로거는 글로,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체력과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봉사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도 빅이슈의 성공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일 빅이슈의 한국판 '빅이슈코리아'가 창간돼 주목된다. 서울의 지하철역 곳곳에서 노숙인들은 빨간모자와 조끼를 입고, 목에는 등록카드를 걸고 판매를 시작했다.
아직 홍보가 덜 된 만큼 빅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앞으로 노숙인들은 빅이슈를 통해 스스로 돈을 벌고 살아가는 방법,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생존율은 약 10%라고 한다. 나머지 기업이 사라진 이유는 결국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돈도 벌고 세상도 구하는 비즈니스'라는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눈에 띄는 이유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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