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트렌드 브리핑] 서비스 정신
이들은 매주 한 곳씩 전국의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요상한 '복불복' 게임을 벌여 패한 팀이 가끔 계곡 물로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한 겨울 얼음물 속에도 뛰어든다.
이때 의욕을 북돋고 의지를 모은다며 외치는 소리가 바로 '버라이어티 정신'이라는 신조어다.
씨름선수 출신의 강호동을 비롯한 6명의 멤버가 입술을 부들부들 떠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브라~이어티, 정! 신!" 을 외치는데 '별 이상한 데 용을 쓴다'는 허탈감이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배꼽을 빼게 만든다.
그만큼 순간 시청율도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벌벌 떠는 모습이나 고통을 참느라 기를 쓰는 모습이 연출이 아니라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다이빙하는 계곡은 보통 사람들도 살 떨리게 두려운 높이이고, 뛰어 드는 얼음물은 한겨울 새벽 찬 공기와 어울려 말 그대로 살을 에는 고통을 준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들이 느끼는 진짜배기 두려움과 고통이 크고 깊을수록 시청자들의 배꼽은 더욱 더 확실하게 빠지며 시청률도 치솟는다.
이들은 즉흥적으로,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아슬아슬한 사건들을 꾸며낸다. '도대체 왜 이런 사건들을 자초 할까?' 하는 질문은 우문(愚問)이다. 현답(賢答)을 한다면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직업정신' 내지 '서비스정신' 때문이다.
스스로를 '시청률 서바이벌 경쟁의 소모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들은 한 컷이라도 더 화면에 노출되고, 그것이 일파만파 인기를 얻어야 먹고 살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걸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 이런 자각에 따라 나오는 행동이니 알고보면 매우 절실한 서비스 정신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나이든 시청자들은 '떠들석 하고 정신 사납다'고 싫은 소리를 하고 서민들은 '실컷 놀고 먹으면서 큰 돈 버는 직업'이라며 배아파 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배워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거의 목숨걸다 시피 하는 '서비스 정신'말이다.
대기업 폼나는 직장, 첨단 제품 공급자일수록 서비스 정신을 더 강조하지만 막상 겪어 보면 정말 형편없는 게 그들의 '서비스 정신'이라는 걸 단 번에 알 수 있다. 서비스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전화받는 팀을 하청에 하청을 주어서 그런지,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 되풀이 하도록 만드는 일이 다반사다.
'고객서비스센터' 직원들은 겉으로 만면에 웃음을 띠고 아양을 떨기는 해도 정작 중요한 서비스 내용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져, 고객이 직접 해법을 찾아 도로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저런 덜 떨어진 직원을 채용해서 일을 시켜도 회사가 잘 돌아 갈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몇 년 전 언론에서 '대기업들이 대고객 서비스부서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하고 책임자도 총괄이사급으로 하며 오너의 일가를 그 책임자로 한다'며 호들갑을 떤 일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별무 신통이다.
'브라~이어 티 정!신!'을 외치는 프로그램에 단골로 광고를 붙이는 KT, SKT라는 첨단 통신서비스 회사들이 그러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