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부동산시장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이수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2010-07-16 15:34

   
이수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이수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그리고 지금 부동산시장은 금리 인상폭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고 오히려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와 가계부담 증가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가 더 심화될 것이란 의견이 서로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실 요즘의 부동산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수출이나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는 개선되고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은 침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전철을 밟으며 대세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가격에 대한 조정국면’이라는 의견도 있다. 필자 역시 대세하락기 보다는 주택시장이 정상화돼 가는 과정으로 보고 싶다.
 
그 이유로 첫째, 주택시장에서 수요 유보 현상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국토해양부와 국토연구원이 공동으로 시행하고 있는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주택 한 채를 더 구입할 의사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부동산경기가 좋았던 2006년에는 응답자의 7%가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외환위기 직후인 2008년에는 단 0.7%에 그쳤다. 부동산시장에서 투자목적의 수요는 경기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크고 수요 유보 현상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주택거래 위축은 버블논쟁 등이 확산되면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과 같은 인위적 요인에 기인한 바 크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급격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강한 심리적 저항이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 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어우러지면서 주택 소비를 계속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최근 가격하락과 거래위축 현상은 소비수요와 공급 주택규모의 일시적 미스매치(불균형)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규모와 실제로 공급되는 주택규모 간에 괴리가 발생하면서 미분양주택도 늘고 있는 것이다. 대형주택 가격 하락폭이 더 크고 거래가 없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위축을 주도하는 것이 전체 주택시장의 문제가 아닌 일부 대형평형과 고가주택의 문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시장상황에 대해 정부가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그 이유는 현상황에서 시장변동을 불러올 수 있는 마지막 요인이 바로 정책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위축과 주택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몇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시장 연착륙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착륙을 위한 정책은 단기 거래회복이나 주거이동을 위한 자금 지원과 같은 단기처방책 보다는 시장의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부동산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차별화된 부동산정책, 수요자의 소비패턴 변화에 대한 고민과 실현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를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에 대한 부동산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지방의 부동산문제는 지역 자체와 연관된 문제다. 현실적으로 모든 것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의 왕래를 늘리는 일이 문제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1가구 2주택의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농어촌 주택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농어촌 주택에 해당하는 지역적 범위를 정체돼 있거나 쇠퇴하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의 주택까지로 확장하는 것이다. 미래의 생활의 '5도2촌'(5일은 도시에 머물고 2일은 농촌에 머문다는 의미) 현상에 대한 준비를 조금 앞당기면 될 것이다.

후자는 공급자의 체질 개선이다. 인구감소와 실질가계소득 정체 등은 신규수요 창출을 어렵게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1~2인 가구에 맞춘 면적만 줄인 소형주택 공급은 의미가 없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돌고 있고 자가주택점유율이 선진국 수준인 60%를 넘어서게 되면 수요 자체는 질(質)로부터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새로운 주택시장과 정책 패러다임을 정착시켜야 할 때다. 공급자 위주였던 구시대적 시스템의 유효기간은 오래 전에 지났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 침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폭 완화해 대출이 쉽도록 하거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를 잠시 뒤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가계부채를 늘리거나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에 더 큰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규제 완화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현재의 어려움은 새로운 시스템과 부동산시장의 체질개선을 통해 극복해 한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부동산정책이 실현되고 공급자는 수요자가 원하는 수요맞춤형 주택공급 프로그램으로 대처한다면 우리 부동산시장의 체질 개선은 그리 먼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