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M&A 자제하고 체질강화 주력"…연착륙 성공할까?

2010-07-13 14:48
노조·정치권, '외압설' 제기하며 압박 '첩첩산중'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주총을 거쳐 공식 취임했다. 어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KB금융의 체질개선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KB금융지주가 어윤대 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아들였다. 어 회장은 인수합병(M&A)을 자제하는 대신 KB금융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다.

KB금융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어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어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KB금융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라며 "비용수익비율(CIR)을 가장 중요한 경영 지표로 삼고 환부를 치유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경영효율성 극대화 △사업다각화를 통한 지속성장 기반 구축 △신규 수익원 창출 △녹색금융 분야 강화 등을 역점 사업으로 꼽았다.

취임식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KB금융의 체질이 개선될 때까지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해 인수합병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증권사도 인수 재원이 없어 자생적인 성장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선 내실을 다진 후 인수합병 등을 통한 외형 확대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어 회장은 "열심히 영업해서 주가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다"며 "2~3년 내에 금융회사 인수 기회가 오더라도 주주 가치 제고와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그는 "신용카드 부문을 분사해 사업구조 다각화의 전환점으로 활용하겠다"며 "KB투자증권과 KB생명도 각각 종합금융투자회사와 종합보험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사람이 많다고 무조건 내보낼 방법은 없다"며 "계열사가 커지면 인력을 재배치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당분간 사람을 강제로 줄이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회장 급여를 일부 줄이는 등 솔선수범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 회장이 연착륙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번 주총은 원천무효"라며 "법적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의 압박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어 회장의 선임과 관련해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입해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다른 후보들을 사퇴시키고 어 회장으로 결정했다"며 외압설을 제기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 회장도 KB금융 회장추천위원장인 서울시립대 임 모 교수를 찾아가 '청와대에서 결정했으니 나로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때까지 공세를 이어갈 방침이어서 어 회장의 업무 수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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