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자본 규제 금융위기 해법 아니다"
IMF "亞, 내수 중시해야" 진동수 위원장 "모범답안 없다" 반박
"외환위기 구제책 심했다" 반성 ..'아시아 21컨퍼런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지난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혹독한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역내 국가들이 위기 극복 자신감을 바탕으로 IMF의 정책방향에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12일 기획재정부와 IMF가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아시아 21 콘퍼런스'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역력히 읽혔다. IMF는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일부 국가가 자본 유출입 규제를 하고 나선 데 대해 우려감을 피력했지만 토론자들은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구축에 소홀히 한 IMF에 대한 개혁을 요구했다.
이 밖에 IMF는 아시아 국가들의 지속성장을 위해 내수 중심의 정책 변화를 주장한 반면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경제 규모나 발전 상황 등이 다르므로 일률적인 해법을 적용할 수 없으며 각국의 상황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 IMF-아시아, 내수 성장 전환책 '이견 뚜렷'
수출 위주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의 성장전략을 놓고 IMF와 한국 정부가 격돌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첫번째 전체회의 토론을 통해 "아시아는 고성장을 경험하고 있지만 내부로 관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는 유럽의 수요 감소에 따른 직접적 경제위기보다는 국민 간 갈등이 주된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소득분배 등 공정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위기를 넘기고 난 뒤 경제가 회복됐으니까 금융규제당국의 역할을 경시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아울러 규제를 하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지 과도한 규제는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아시아 국가들이 내수를 진작해야 하는 것에 공감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과 내수 간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각국에 맞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마다 발전단계가 다르므로 하나의 모범답안은 없다"고 반박했다.
가오 시칭 중국투자공사 사장은 "중국은 최근 1년 반 동안 경기부양을 통해 경제가 매우 빠르게 성장했으나 앞으로 이런 높은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도전은 균형으로,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내 사회안전망 등 경제 형평성 문제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아시아 역내 외환규제책 공방 이어져
IMF는 최근 일부 신흥국가가 자본 유출입 규제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최근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외은지점) 등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규제하는 등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이 부과한 외환시장 규제 장기화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에 대한 단기 규제는 어떤 경우에는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장기 규제는 확실히 좋은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자본자유화와 함께 자본 유출입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현재의 세계금융시장 체제에서는 개도국의 노력만으로는 외부충격을 방어하기 곤란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윤 장관은 "한국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구축을 위해 IMF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칸 IMF 총재 '아시아 구제금융책 반성'.."아시아의 시대"
이날 컨퍼런스는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역내에 혹독한 구제금융책을 펼친 데 대해 일부 실수를 시인하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칸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책 당시를 설명하면서 "그로 인해 사회적 피해가 많이 초래된 것은 맞아 그 이후 IMF 구제금융프로그램에 사회취약층 보호를 조건으로 다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칸 총재는 향후 IMF 쿼터 개혁과 인력 증원 등에 아시아 국가를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면서 미안한 감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윤증현 장관은 "지금까지 IMF는 개도국의 경제발전 및 거시경제 안정부문에 있어서 다소 그 역할을 소홀히 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아시아의 확대되는 경제력이 IMF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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