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그룹 신규대출 중단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현대그룹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대출을 중단키로 결의했다.
외환은행과 산업·신한·농협 등 현대그룹 채권단은 8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서면결의를 통해 신규 신용공여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 같은 내용은 13개 은행에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현대계열사는 이들 은행으로부터 신규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신규 신용공여에는 신규대출은 물론 선박금융, 지급보증 등이 포함된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등 각 계열사에 모두에 적용된다. 다만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는 이번 조치서 제외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약정체결 시한을 3번이나 연장했는 데도 재무개선약정(MOU) 체결을 거부한 만큼 약정 체결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제재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당초 지난달 15일이던 약정 시한을 지난달 25일로 연장했으며, 현대그룹이 계속 약정을 거부하자 다시 지난 7일까지 연장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약정 체결을 계속 거부하면 단계적으로 제재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우선 다음달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여신을 회수해 현대그룹을 압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MOU 체결 거부는 물론 외환은행에 대한 기존 대출을 모두 상환해 주채권은행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의 대출 400억원을 지난달 상환한데 이어 남은 1200억원의 채무도 모두 갚을 계획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이번 결의대로 실제 행동에 들어가는 지를 지켜보고 향후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며 "현대그룹의 입장은 지난 6일 발표한 그대로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상환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이처럼 현대그룹이 강하게 대응하자 곤혹스러운 것은 채권단 측이다.
신규대출 중단 및 만기채무 상환 등을 두고 채권단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일부 은행은 현대그룹이 상반기 많은 수익을 올리며 선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으로서는 현대그룹이 대형고객이라 쉽게 거래를 끊어버리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현대그룹도 강수를 두고는 있지만 그리 편한 상황은 아니다. 현대의 주력업종인 해상운송업의 특성상 은행 대출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서로 강수를 두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양측 모두 편한 심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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