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남방 입은 제주 공무원들

2010-07-09 12:59
관광홍보, 냉방비 절감 등 효과‥공무원 신분 노출 불만도

   
 
관광남방을 입고 업무중인 공무원들(상)
행사장에서 관광남방을 입고 제주 관광을 알리는 공무원들(하)
(제주=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공무원=잿빛 근무복'이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다.

획일화된 색상과 '업무용 복장' 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잿빛 근무복 차림은 단정해 보인다는 이유로 오랜시간 공무원사회에 뿌리내렸다.

하지만 단정함을 넘어서 획기적이고 눈에 띄는 공무원 복장이 제주에 있다. 일명 '하와이남방', '제주관광남방'이 그것이다.

종합민원실을 제외하고 최근 밝은 색상의 유니폼을 입고있는 관공서는 많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공무원의 권위를 상징해온 잿빛 근무복이 제주에서 무너진건 이미 8년 전 여름이다.

"처음 관광남방 도입 당시만 해도 평상시 원색의 셔츠를 잘 입지 않은 남자직원의 경우 관광남방 입기를 어색해 했다"며 관광정책과 오순금 사무관은 일명 '하와이남방'이 공직사회에 뿌리내리는데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어색함'을 들었다.

오 사무관은 "하절기에만 입는 셔츠라 활동성을 강조했고 시원하기 때문에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며 "제주도민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셔츠라며 공무원들이 먼저 시도한 것 뿐"이라고 했다.

그는 관광남방에 대해 "제주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이 셔츠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내 관광서를 포함해 은행, 관광업계 등에서 관광남방을 입은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총무과 차준호 사무관은 관광남방에 대해 "제주 특징을 살리고 제주지역 이미지 제고와 관광홍보가 남방의 주 목적"이라며 "공무원이 입으면서 점차 도민사회에서도 익숙한 셔츠가 되기 바란다. 관광객들이 선물로 셔츠를 사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제주관광남방은 제주관광대학 디자인 산학협력단과 제주행정이 협력해 사업을 추진했고 2003년 디자인 공모를 통해 탄생했다.

윤용준 관광정책 담당자는 "하와이 알로하(aloha)티셔츠, 일명 하와이 남방도 뿌리내리는데 30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제주 관광남방도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는 못 했지만 외부에서 봤을때 제주 특징을 살린 대표적인 티셔츠"라고 했다.

제주관광 남방은 우근민 도지사가 당시 도지사직을 수행할 당시 처음 도입했다.

1999년 여름 제주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민간에서 처음 셔츠를 제작·착용하기 시작했고 2003년 중앙디자인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을 재 도입한 뒤 본격화 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민선 5기 도지사에 취임한 우 지사는 2일 정례직원조회때 관광남방을 착용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우 지사는 "관광남방을 입었다면 누가봐도 공무원 복장인지 알아볼 것" 이라며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공무원의 모습을 보일 것을 강조했다.

8년째 제주지역 공무원들이 입어온 관광남방은 디자인부터 셔츠에 세겨진 로고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랐다.

첫 도입당시 제주바다를 연상케 하는 파란 바탕에 제주섬 모양을 그린 무늬가 대부분이었고 그 후 'jeju'란 로고를 넣기 시작했다.

현재 관광남방은 빨간색을 포함해 20여 가지의 다양한 색과 무늬가 있고 'jeju'에서 'only jeju'로 셔츠 로고도 달라졌다.

오순금 사무관은 "관광남방을 통해 에너지 절감과 제주관광 홍보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지만 평소 화려한 무늬를 입지 않는 중장년 층의 남자 직원들이 관광남방 착용을 통해 사무실 내 분위기도 타 계절에 비해 밝다"고 했다.

실제 제주도청 내 냉방기 온도는 29도로 맞춰져 있다. 그러나 오 사무관은 "얇은 남방 덕분인지 업무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관광남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도청에 근무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알로하 남방처럼 셔츠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닌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 아니다"며 "도내 특정 업체 한 곳에서만 판매돼 대중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주도는 관광남방 수요량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해 현재 3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관광남방 판매처는 제주 중앙로 칠성통의 한 매장에서만 판매될 뿐 공항이나 여타 관광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이렇다보니 관광남방을 입는 사람대부분이 공무원에 국한돼 있다.

그는 이어"공무원들이 남방을 입고 출퇴근을 꺼리는 이유도 남방이 공무원임을 대변하기 때문에 출근 전 화장실을 찾는 공무원들이 많다"며 "본래 취지대로 알로하 남방처럼 제주도민을 포함,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광남방을 입을 수 있는 여건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관광남방을 제주를 찾은 외지 손님에게 선물용으로 점차 확대돼 가고 있고 새로운 디자인 계발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와이의 알로하 남방같이 누구나 입어 제주를 상징하는 남방으로 발전시키는 게 제주도의 목표지만 현재 이 남방은 한해  5000~6000장 한정판매 되고 있다.

shu@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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