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회장, "애플은 중국시장 위력을 간과했다"
레노버(Lenovo·聯想) 류촨즈(柳傳志) 회장 |
지난 4일 세계 4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중국 레노버(Lenovo·聯想)의 류촨즈(柳傳志) 회장이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사 CEO인 스티브 잡스를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류 회장은 “스티브 잡스가 중국 시장을 중요시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라면서 “만약 애플사가 우리 레노버처럼 중국 소비자에게 공을 들였더라면 아마 레노버는 지금쯤 커다란 위기에 맞닥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아이폰 열풍 속에서 중국 소비자들 역시 아이폰에 대한 구매의향은 높다. 그러나 소비자가 아이폰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이 중국시장의 현황이다.
문제는 바로 중국 내 협소한 애플사 유통채널때문이다.
현재 애플사는 중국 내 주요 도시 몇 군데에만 전용 매장과 대리점을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 역시 중국 2대 통신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을 통해서만 합법적으로 구매 가능하다. 하지만 해외 구매대행업체 등 비공식 유통채널을 통해 싼 값에 거래되는 아이폰으로 판매량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지난 5월 차이나유니콤이 대대적으로 아이폰 가격을 내리고 판촉마케팅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 회장은 “지난 5월 자사가 첫 출시한 모바일제품인 스마트폰 러폰(LePhone)은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보다 우위에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왜냐하면 러폰은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 특별히 제작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를 접속 검색엔진으로 설정하고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알리페이(Alipay·支付寶)를 온라인 결제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중국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기능을 스마트폰에 내장했다.
류 회장은 “다만 아이폰 앱스토어에는 현재 10만 여개가 넘는 콘텐츠 사업자가 등록되어 있지만 우리는 1000개가 채 되지 않는다”며 “대신 러폰은 아이폰보다 훨씬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향후 중국이 결국에는 미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 첨단과학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중국 내수시장의 급증으로 글로벌 과기업체도 그 동안의 사업전략을 수정해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휴렛팩커드(HP)·델(Dell)·에이서(Acer) 등 글로벌 개인PC업체 모두 중국 시장의 위력을 실감하고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중국 시장에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류 회장은 “애플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는 천재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멀리 벗어나 있는 사람”이라면서 “경영인이란 본래 진주 하나하나를 꿰매야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진주”라면서 스티브 잡스의 독단적인 성격을 우회적으로 빗댔다.
이번 류 회장의 발언에 대해 애플은 공식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 사는 지난 3일 상하이에 새로운 매장을 연데 이어 내년 말까지 중국 내 25개 유통채널을 확보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한편, 현재 레노버는 금융위기의 먹구름에서 벗어나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레노버가 2005년 이래 처음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봉착하자 류 회장은 경영 일선으로 다시 복귀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애썼다.
류 회장의 복귀 이후, 레노버 매출액은 깜짝 실적을 기록하는 등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내놓기 시작했다.
레노버가 발표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3월 7950만 달러 순익을 기록해 다시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C판매량이 동기대비 42% 증가했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와 최근에는 9%까지 달했다.
중국 시장에서도 30%에 달하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1년 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baeinsu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