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절상… 국내 산업 미치는 영향은?

2010-07-02 15:49
대기업 영향 ‘미미’… 일부 수출기업 ‘호재’

(아주경제 이하늘·김형욱·김병용 기자) 중국 정부가 위완화 절상이 가시화되며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G20을 앞두고 오바마 정부의 위완화 절상 압력과 중국 내 인프레이션 우려에 따라 위안화를 소폭 절상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많게는 연내 2~5% 가량의 절상이 예상된다. 국내 대기업은 이 같은 위안화 절상 압박에도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만큼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수출기업은 제한적인 수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기업 현지기업화 영향 미미= 먼저 전자·자동차 등 국내 대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대부분 현지 생산 체제를 갖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에 총 12개의 생산 공장을 두고 있고 대부분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다”며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은 (중국) 내수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29일 중국-대만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로 LCD·반도체 등 사업부문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인 대만 기업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도 큰 영향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폴크스바겐그룹에 이어 중국 내수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현재 중국에 103만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갖춰 둔 상태다. GM대우와 르노삼성도 국내 생산분 중 일부가 중국에 판매되고 있지만 결재가 위안화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에선 수입산에 대한 중국 내 소비 촉진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위안화 절상은 중국 소비를 강화시켜 재정 위기를 겪는 유럽 지역의 수요 감소분을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원화의 동반 상승과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및 반제품 가격 상승은 이를 반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출 가격경쟁력 강화로 ‘호재’=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수출 기업들은 위완화 절상으로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철강 업종. 국내 철강 업체들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가운데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산 철강재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며 양 쪽에서 압박을 받아 왔다.

이 가운데 하반기 중국 위안화 절상으로 세계 철강가의 상승 추세가 강화할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위안화 절상은 국제 철강가격의 상승 추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봉형강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 조선업체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중국 조선사들이 선가를 인상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원가 경쟁력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다.

기계 분야은 득과 실이 공존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위안화 절상으로 대중국 수출 가격 하력 및 현지 공장의 생산원가 하락 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 내 기계류 외자기업 역시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국내 기업들만 이득을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시각이다.

한편 지난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400개 제조업을 대상으로 위안화 절상이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물은 결과, 응답 기업의 43%가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는 업종별로는 철강(64%) 기계(46%) 조선(43%) 화학(43%) 등이 유리할 것으로, 섬유(50%) 등은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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