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디스플레이 업계, “中 만만디에 지친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중국 정부의 지나친 만만디(慢慢的)로 액정표시장치(LCD) 양산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 발표 일정 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대만, 일본 등 5개 기업이 중국 현지에 LCD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2월 중순 중국 정부에 LCD 공장 승인서를 제출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4개월이 넘도록 승인 발표가 이뤄지지 않아 양산 일정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승인서를 제출한 5개 기업 중 2~3개만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시아 디스플레이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당초 3~4개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LCD 과잉공급을 우려해 선정 업체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LCD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현지 공장 설립에 실패할 경우 향후 LCD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대만, 일본도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늦어도 지난달 말까지는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깨지면서 중국 LCD 공장 승인이 장기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 중 LG디스플레이의 승인이 유력하고 삼성전자는 탈락 가능성이 있다는 게 초반 분위기였다.
이후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대만과 일본 보다는 한국 업체를 선호해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모두 승인될 것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이 지난달 말 양안회담에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체결되면서 중국 정부가 정치적인 계산을 통해 대만 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4개월이 넘게 기다려온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게는 적잖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한국 업체를 배제하고 정치적인 계산만으로 대만 업체를 선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발표가 계속 지연되면서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직원들도 각종 소문을 듣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한국과 대만을 놓고 저울질을 할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한국 업체를 적어도 1곳은 선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내년 3분기, 2021년 상반기를 중국 현지 양산 시점으로 정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와 합작으로 2조6000억원을 투자해 7.5세대 공장을, LG디스플레이는 광둥성 광저우시와 4조7000억원을 합작 투자해 8세대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 발표가 계속 지연되면서 양산 계획이 5개월 이상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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