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KTB증권회장 '냉각캔株' 무상증여?

2010-07-02 12:18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권성문(사진) KTB투자증권 회장이 계열사 윌비스 지분을 돌연 창업공신에게 무상으로 넘겨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윌비스는 1998년 '냉각캔' 파동으로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던 KTB투자증권 계열사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권 회장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자산총계만 1998억원에 달하는 윌비스 지분 11.46%(143만주)를 전병현 윌비스 사장에게 최근 증여했다.

◆무상으로 지분 넘긴 이유는=이 증여로 윌비스 최대주주는 권 회장에서 전 사장으로 바뀌었다.

윌비스가 KTB투자증권에서 계열 분리돼 외형상 독립경영체제를 갖춘 것이다. 두 회사는 지분 증여 배경에 대해  "소유ㆍ경영 일치로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독 윌비스만 책임경영을 이유로 계열 분리한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권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KTB투자증권ㆍKTB자산운용ㆍKTB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나머지 45개 계열사 역시 오너와 전문경영인을 분리하고 있다.

권 회장과 전 사장이 혈연 관계를 갖지 않은 점 또한 증여 배경에 의문을 일으키게 하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지금껏 재계에서 이뤄진 증여는 혈연과 얽힌 경영권 승계나 재산 분할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었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권 회장이 14년째 함께 일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킨 공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전 사장에 대한 증여를 결정한 것"이라며 "윌비스가 KTB투자증권에서 완전히 계열 분리된 만큼 독자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 회장도 전 사장과 친인척 관계가 아니라고 밝혔다"며 "이번 증여는 금융 부문에 더욱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분 관계를 감안하면 KTB투자증권이 앞으로도 윌비스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윌비스 주주 구성을 보면 KTB투자증권과 계열사인 한국M&A가 각각 4.79%와 1.5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권 회장 쪽 특수관계인이었던 박주홍 윌비스 부회장이 보유한 9.57% 지분을 연대한다면 KTB투자증권 측 지분은 15.93%로 늘어난다. 11.46%에 불과한 전 사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업 동지 권성문ㆍ전병현=권 회장과 전 사장은 15년 가까이 국내 인수ㆍ합병(M&A)시장에서 손발을 맞춰 왔다.

KTB투자증권과 윌비스 전신은 각각 'KTB네트워크'와 '미래와사람'이다.

KTB네트워크는 1999년 정부가 민영화한 한국종합기술금융 후신이다. 이 회사는 애초 부실 공기업 정리 차원에서 해외 자본에 매각될 계획이었으나 예상을 깨고 권 회장에게 팔렸다. 

한국종합기술금융 매각 건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돼 국정감사에서 불투명한 인수자 선정 절차와 기업가치 대비 현저하게 낮은 매각가격 때문에 특혜 시비를 낳기도 했다. 이 무렵 권 회장과 전 사장은 KTB네트워크에서 각각 대표이사와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윌비스도 당시 정권 차원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샀다.

이 회사 전신인 미래와사람은 1998년 8월 이후 세계 최초로 냉각캔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소식으로 당시 주가가 그해 저점 대비 7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냉장하지 않고도 음료수를 차갑게 마실 수 있다던 주장과 달리 냉각캔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 하고 있다.  급등했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쳤고 이를 믿었던 투자자만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허위공시와 주가조작 혐의로 미래와사람 경영진을 고발했지만 검찰 불기소처분으로 정권 실세 개입설까지 나돌았다. 이때 역시 권 회장과 전 사장은 미래와사람 주요 경영진이었다.

권 회장은 이 두 가지 의혹을 제대로 풀지 않은 상태에서 2001년 돌연 미국 현지법인 KTB벤처스 회장으로 부임하면서 한국을 떠났다.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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