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유관기관 임원 인사, 이번엔 청와대?
(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올해 들어 증권유관기관 임원 인사에 청와대 바람이 솔솔 분다. 이번달 한국예탁결제원이 청와대 대통령실 행정관을 본부장으로 임명한데 이어, 한국증권금융의 상근 감사위원에는 김희락 국무총리실 정무기획비서관이 선임됐다. '청와대 출신' 낙하산 인사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가 증권유관기관에 자리 잡은 것은 올해 들어 벌써 네 번째다. 올해 초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은 윤석대 전 대통령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전무로 임명했다. 윤 전무 이후 4월에는 한국거래소 상임감사로 김덕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임명되기도 했다.
이렇게 청와대 출신 임원이 인사될 때마다 노조는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혀왔지만 일단 인사가 결정되고 나면 관망세일 수밖에 없다. 직원들은 물론, 기존 인사들도 불만이기는 마찬가지다. 임기가 끝나 공석이 생기게 되면 내부 인사 중 한 명이 승진하기를 바라는데, 새로운 인물이 전무자리를 꿰차면 자신들은 더 이상 못 올라가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의 경우 애초부터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정규성 전무 후임으로 문형욱 전 행정관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내부 반발이 있어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내부인사인 권오문 예탁결제본부장을 전무직으로 승진시켰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부인사에서 전무가 탄생한 것 같지만 내막에는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청와대 출신, 소위 말하는 '낙하산'이라고 해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지 모른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그들이 내놓는 결과가 증권유관기관의 발전에 좋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당장 증권업계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을 두고 굳이 청와대 출신 인사를 뽑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기업 회계나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증권유관기관의 임원을 떠맡을 수 있는지의 여부와, 기존 직원의 내부승진이 가능할 수도 있는 자리에 증권업과 관련이 없는 그들을 지목한 뚜렷한 이유라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너도나도 청와대 출신을 임명한다고 그 분위기에 편승할 만큼 임원인사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특히 증권유관기관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미 임명된 그들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것 보다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사가 증권유관기관에 행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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