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널 공시제도 , 껍데기만 남았다

2010-06-15 16:53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행하기로 했던 애널리스트 공시제도가 결국 껍데기만 남게 됐다. 기존 원안을 수정하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신뢰할 만한 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알짜 정보는 모두 제외됐기 때문이다. 특히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분석보고서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들이 연봉과 성과급을 더 많이 받기 위해 투자자 이익보다 소속 증권사의 영업 지원을 우선하는 이해상충의 문제와 단기성과에 급급한 관행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할 상황이다.

최근 금투협이 발표한 애널리스트 공시제도 수정안에 따르면 현재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애널리스트 이름과 근속연수 정도에 불과하다. 인적 사항 중 학력은 제외하기로 했고 과거 직장근무 경력도 공시 대상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증권사가 이연 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 여부는 공시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해당 증권사 경영방침이나 애널리스트 개인의 사적인 정보가 투자자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 금투협 측 설명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제도의 핵심인 분석보고서를 공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금투협은 협회 홈페이지에 각 증권사 홈페이지 주소를 연결해 분석보고서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 홈페이지는 번거로운 회원 가입절차를 거쳐야 분석보고서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외국계 증권사는 홈페이지에서 분석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보고서를 볼 수 없다.

사실 애널리스트들이 중립과 균형을 상실했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보다 훨씬 높게 전망한 장밋빛 보고서가 난무했고, 평가의견도 매수추천 일색인 반면 매도의견은 거의 없어 주식을 제때 팔지 못해 낭패를 본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더구나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 공매도 과정에서 전망보고서를 나쁘게 내놓아 의혹을 사기도 했다. 애널리스트 공시제도에 기대를 모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없이는 증시의 올바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지금이라도 분석보고서 만큼은 공시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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