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정의란 무엇인가', '숨겨진 미국', '낭만포차 버들골 이야기'
2010-06-16 10:59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김영사
전차 기관사인 당신이 시속 10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망가졌다. 이 속도로 들이받으면 인부들이 모두 죽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에 절박해진다. 이때 다행히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곳에도 인부가 있다. 인부는 단 한 명.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목숨을 구하는 행위가 정당해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번엔 당신이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던 구경꾼이라고 가정해보자.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인부 다섯 명을 들이받기 직전이다. 문득 당신 옆에 서있는 덩치가 산만한 남자를 발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밀어 인부 다섯 명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덩치 큰 남자를 철로로 미는 행위가 올바른가? 한 사람을 희생해서 다섯 명을 구한다는 것은 같지만 두 번째 경우는 매우 잔인하게 느껴진다. 바로 여기서 애매한 도덕적 문제가 생긴다. 하버드대에서 30년간 정치철학을 가르친 마이클 샌델은 공동체주의의 4대 이론가 중 한명이다. 그는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평가된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해 온 막연한 정의에 반론하며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다양한 문제에 일관되게 적용할 정의의 '원칙'을 찾도록 도와준다.
숨겨진 미국/ 이현주/ 가쎄
2006년 4월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버지니아텍 참사. 한국 이민자 조승희의 총격으로 무고한 학생 32명이 죽었다. 사건의 원인은 바로 총기 소유의 합법화에 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시선은 좀 다르다. 버지니아텍 총격사건이 일어난지 불과 엿새 후, 미 ABC방송이 여론조사를 했다. 권총 판매를 규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38%만이 찬성했다. 반면 반대는 60%로 대다수였다. 다음은 총기 사고의 주요원인이 뭐냐는 질문. 총기소지의 자유 때문이라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가정교육 탓이라는 게 35%, 폭력적인 영화 등 대중문화 탓이라는 게 40%였다. 그러니까 총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강력한 총기 규제법을 만들 경우, 사고율이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이 'No'라고 답했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텍 사건처럼 총격사건이 날 때마다 총기 규제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것도 한 때. 그들은 총기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장의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는 미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 책은 미국을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닌 근본적인 생각과 행동에 근거해 분석했다. 오바마 정권의 인수인계를 중심으로 한 각 부처 인수과정 등 접하기 힘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낭만포차 버들골 이야기 / 문준용/ 글로세움
'밀리면 끝장이다' 신발공장 부도로 빚더미에 앉은 문준용, 그에게 형이 건넨 마지막 돈 1000만원. 장사가 안되서 망한 조개구이가게를 인수해 실내포장마차를 시작했다. 가게 앞에는 버드나무가 있었다. 가장으로서 집안에 든든한 버드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는 가게이름을 '버들골'이라 지었다. 직접 디자인해 전단지를 돌리고 틈날 때마다 맛있다는 가게를 찾아 다녔다. 현미경을 사서 안주와 음식을 올려놓고 관찰까지 했다. 주차장 화단에 단풍나무 잎 솔잎을 따다 음식에 장식하기도 했다. 손님이 "간장에 청양고추를 넣어달라", "불이 너무 밝지 않나"라고 얘기하면 바로 실행에 옮겼다. 손님은 그에게 가장 큰 스승이다. "장사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이라며 밑천 없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에 고작 9000원 밖에 못 벌다가 어느새 40만원을 벌게 되고, 식당에는 손님이 넘쳐나 자리가 부족할 정도가 됐다. 그는 현재 자신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창업자들을 돕는 '행진'도 꾸리고 있다. 이 책은 계란국도 어떻게 끓이는지 몰랐던 그가 다양한 퓨전요리를 만들기까지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의 고된 성공 스토리에 감성적인 글이 더해져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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