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금감원 출신만 감사로 모십니다"
(아주경제 이기주 기자) 삼성화재는 지난 12일 신임 감사를 내정했다. 새로 선임된 사람은 최근 금융감독원을 퇴직한 L씨.
L씨는 1999년 금감원에 입사해 회계감독1국장 등을 지냈고 최근까지 인력개발실 교수로 일했다.
한화손해보험도 최근 주총에서 이성조 전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국장조사역을 감사로 앉혔고, 동양생명은 보험검사2국 부국장 등을 지낸 인물을 신임 감사로 내정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6월 초에 집중된 보험사들의 주총을 앞두고 금감원 출신 퇴직자들이 보험사의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로 잇따라 내정되고 있다.
보험권에서는 이미 코리안리·LIG손보·현대해상·금호생명 등에서 금감원 출신이 감사를 역임했거나 현재 맡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한술 더 떠 주요 계열사의 감사 자리에 금감원 출신 인사를 앉혔다.
보험감독원 출신인 노승방 전 금감원 연구위원이 메리츠화재의 신임 감사로 내정됐고, 메리츠종금증권은 금융위원회 출신과 금감원 출신 인사 각 1명씩을 사외이사 후보로 주총에 올릴 예정이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상 금감원(2급 이상)과 금융위(4급 이상)의 퇴직자는 퇴직 후 2년 동안, 퇴직 전 3년간의 업무와 관련된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업무 관련성 규정이 모호하다는 게 문제다.
퇴직 예정자들은 퇴직 수년 전부터 인력개발실이나 지방 사무소 등으로 나가 근무하는 등 이른바 '경력 세탁'을 통해 이런 제한을 피하고 있다.
최근 신임 감사를 내정한 한 손보사의 관계자는 "보험사 감사위원의 경우 연봉이 2억~3억원에 달하는 데다 운전기사가 딸린 승용차가 제공되는 등 전무급 대우를 받는다"며 "금감원 퇴직자들에게 감사 자리는 최고의 노후 수단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이처럼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공모 절차를 거쳐 감사를 선임하는 '감사 공모제'를 도입하도록 각 금융회사에 권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감사 공모제 시행을 권고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기존 관행대로 감사를 선임하고 있다"면서 "보험사의 감사 자리는 퇴직 후 사회적 위신을 세우려는 금감원 퇴직 관료들의 '고급 양로원'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2kija@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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