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난중일기는 사장의 노트

2010-04-18 18:39

   
 
 
저명한 경제학자인 시어도어 레빗 하버드대학 교수는 사장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생각, 변화, 경영이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즉 숫자 3의 비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측하건대 시어도어 레빗은 올바른 사장의 역할론으로 삼각을 형성하는 허브이자 축(軸)으로 생각, 변화, 경영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고 삼위일체(三位一體)라는 사실을《경영에 관한 마지막 충고》로 알리고자 했을 것이다.

오토 베츠(Otto Betz)는《숫자의 비밀》에서 매혹적인 숫자의 비밀을 풀면서 “1은 모든 숫자의 출발점이자, 모든 존재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숫자 2는 ‘상생이면서 독립적인 수’로, 다양성은 하나가 두 개로 나누어짐으로써 시작된다고 숫자의 비밀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다면 숫자 3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숫자로 3은 ‘삼위일체 조화의 수’라면서 “3은 완전한 숫자다”라는 뜻이라고 한껏 강조했다. 여기서 우리는 불교나 기독교와 같은 종교가 왜 3이란 숫자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다시 시어도어 레빗의 충고로 돌아가자. 사장은 ‘생각’이 그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절로 깨우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CEO의 역할은 미래를 읽는 사장(思長·길게 생각하는 능력이란 뜻)이 되어야지 제대로 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자칫 미래(market)를 읽지 못하면 CEO는 사장(死藏·생각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역할이 죽는다는 뜻)이 되기 일쑤다.

오는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다. 장군은 당시(1591년) 전라 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되었을 때, 왜란이 곧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거북선을 준비하고 활쏘기 훈련에도 날마다 열심이었다.

이 덕분일까. 오너 회장(선조)이 버리고 도망간 조선왕조란 기업은 위기를 극복한다. 그리고 무려 500년 역사가 지속된 것이리라. 이에 대해 역사는 말한다.

임진왜란(1592년)이 터지자 왜군 20여만은 일사천리로 북상하여 5월 2일에 서울이 함락되매, 선조는 의주로 파천하고, 6월 13일에 평양이 함락되는 등 왜군은 파죽지세로 삼천리 강토를 짓밟았다고 말이다.

23전 23승. 서강대 지용희 교수는《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말하다》에서 ‘얼마 되지 않는 병력과 물자로 막강한 일본 군대와 외롭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의 처지’를 ‘세계적인 외국기업과 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오늘날 기업 경영자로 절묘할 만치 이미 비유한 바 있다.

결론은 이렇다. 내 보기엔 장군의 미래를 읽는 생각은 ‘난중일기’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난중일기는 ‘사장의 노트’로 볼 수 있다. 이 점을 우리는 배우고 벤치마킹해야 한다.

‘변화’는 생각과 상생이면서 독립적인 축이고 또 생각이 깊어지고 나누어짐으로써 변화가 이루어지는 수순을 밟는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은 그 시작과 변화, 심지어는 완성조차 ‘생각’에서 근원되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생각은 상식이 아니다. 상식이란 자기 지식이 아니다. 남과 다를 바 없고 거기서 거기로 엇비슷한 게 ‘상식’이다. 해서 ‘식상’한 것이다. 식상한 지식으로 미래시장을 제대로 읽고 대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어도어 레빗이 말하는 ‘경영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영이란 어제를 되돌아보며 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내일을 내다보며 해야 하는 무언가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 중에도 불구하고 일기를 쓴 이유는 어제를 되돌아보고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보다는 내일을 깊이 생각하고, 내일을 넓게 변화시키고, 내일을 크게 경영하기 위해서다. 장군은 외로웠다. CEO도 외로운 자리다.

못 견디게 힘들어 장군이 술을 자주 마셨던 것처럼 CEO가 오늘도 술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벽 2시면 일어난 장군처럼 끊임없이 병서를 보며 전술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거북선과 같은 혁신 제품의 개발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란 것은 당신이 기업 경영자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심상훈 브랜드매니지먼트사 HN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