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은행연 집단소송 파장 어디까지

2010-04-13 22:56
패소땐 신용정보집중기관 지위 '흔들' 수십억대 위자료, 금융권 줄소송 우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면책자들이 은행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의 막이 올랐다.

그 동안 금융 사각지대에서 신음해 온 금융소외자들이 차별 시정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소송에서는 개인 신용정보를 오·남용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방해했다는 원고단의 주장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금융권의 논리가 충돌한다.

원고단이 부분 승소라도 거둘 경우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나다. 당장 은행연합회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의 지위가 흔들리게 된다. 또 2차, 3차 집단소송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어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금융회사와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신용등급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가 제한될 수 있어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원고단 "개인정보 남용 피해" VS 은행연 "적법행위 문제없다"

원고단은 은행연합회가 파산기록 등이 담긴 공공정보를 장기간 보존하면서 금융회사에 제공해 금융소외자의 갱생을 돕는 신용회복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원고단은 소장에서 "공공정보 때문에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할부거래, 렌탈 서비스, 핸드폰 및 인터넷 개통 등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개인의 신용정보는 경제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남용될 경우 사회, 경제적 손해가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신용정보를 수집해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역할만 할 뿐 금융거래 여부는 해당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 신용정보 수집은 신용정보관리규약 등 관련 규정에 따른 것으로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송 대리인인 김앤장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은행연합회는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관리하고 있다"며 "국내 공공정보 보존기간이 5년으로 선진국에 비해 짧고 예금 거래나 담보대출 등은 가능해 원고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송을 이끌고 있는 면책자클럽의 허진 대표는 "금융당국이 공공정보 보존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완화한 것이나 은행이 예금담보부 카드 발급에 나선 것은 모두 금융소외자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허 대표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회사는 파산 등 개인회생 제도에 대해 무관심했다"며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액을 줄이는 등의 차등화는 감내할 수 있지만 금융권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금융권, 소송 결과에 촉각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은행연합회가 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은행연합회가 패소하면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신용정보 수집 및 유통 체계 개편 작업이 본격화할 수 있다.

경제적 부담도 문제다. 비슷한 소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단이 요구한 20억원대는 아니더라도 위자료 부분 지급 판결이 나올 경우 엄청난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

금융권은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면책 판결로 채무가 탕감됐거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채무를 조정한 사람들은 모두 금융회사에 빚이 있는 셈"이라며 "이들을 정상적인 금융소비자와 동등하게 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비슷한 유형의 소송이 개별 금융회사에도 제기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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