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건설업계 덮친 악성 쓰나미 셋

2010-04-08 07:02

민간건설경기가 여전 살얼음판이다. 건설기업의 효자인 주택사업은 이미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 시장의 돌풍을 일으킬 만한 사업장은 손에 꼽힐 정도다. 금융권이 급기야 돈줄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주택사업은 '엎친데 덮친 격'이다.여기에 호황을 누렸던 해외건설도 국내 기업 간 과당경쟁이 치열하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보장됐던 공공공사 발주량도 4대강 발주가 마무리 단계에 치달으면서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건설업체들의 체감 경기에 그대로 반영됐다. 건설경기 침체가 중견업체에서 대형 업체들로까지 확산되면서 건설업체들의 경기실사지수(CBSI)는 13개월 만에 최저치다.

◆경기침체+보금자리효과=민간분양 위축
지난해 10월 선보인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이 민간 분양시장을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한다. 신규 분양 시장은 물론이고 미분양 판매에도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38만여 가구 가운데 14만 가구가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되면서 민간업계가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격 안정화와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보금자리주택은 MB정부의 '히트상품'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입지나 규모, 가격적인 면에서 절대 우위를 점한다. 수도권에서 보금자리와 필적할 만한 민간 아파트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수도권에서만 모두 10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보금자리주택단지에 경쟁력으로 맞설 민간 아파트는 사실상 전무하다.

여기에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밀집해 있는 재개발 재건축사업은 이권다툼 등에 따른 각종 송사에 휘말리면서 중단 사태를 빚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최근에는 서울시가 역세권 시프트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용적률 300%, 500%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업시행인가 후의 사업장까지 해당돼 일부 사업장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 부문 가운데 수익성 규모가 컸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진 데다 미분양 소진 속도가 더뎌 건설사들의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까지 공급되다 보니 민간 업체들은 고사 직전이다"고 토로했다.

◆공공ㆍ해외선 '제 살깎아 먹기'
주택 사업이 줄어들자 건설사들이 꺼내든 카드는 사업다각화였다. 주택 비중을 줄이는 대신 공공공사와 해외사업분야로 영역을 넓혀 먹거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마저도 쉽지 않다. 4대강 사업 발주가 줄어들면서 일감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10년 건설수주실적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62조5000억원에 달했던 공공건설 수주물량은 올해엔 24.7%(15조4000억원) 감소한 46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2010년 발주 예정공사 15조원이 조기발주된 상태인 점을 감안할 때 물량감소는 불가피하다.

토목부문도 지난해 53조3000억원에서 올해 18.2%(9조7000억원) 감소한 43조6000억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수주 각축전도 더욱 과열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저가낙찰, 재무구조 악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해외사업 부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중동지역만 보더라도 국내 업체간 저가경쟁이 심화되면서 발주처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있다. 또 최근 몇년간 해외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업체들과 실적경쟁에서도 국내 업체가 밀리는 형국이다. 중견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고난이도의 프로젝트 실적과 저가 경쟁을 국내 업체들은 당해낼 수 없다"며 "국내 업체간 공법에 대한 교류가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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