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패트롤] 불안한 중소기업, 우산 거둘 때 아니다
"경기가 차츰 회복되면서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실적이 안 좋은 중소기업에 추가 대출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A은행 기업금융 담담 임원)
올 들어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데 대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해명이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상반된 분석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론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동안 기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큰 폭으로 줄였다. 일부 은행은 5000억원 이상 감소하기도 했다.
대출 잔액이 줄었다는 것은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기존 대출을 대거 회수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위기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에 지원했던 유동성을 거둬들여도 될 만큼 현재 경제 사정이 호전됐을까.
지난해 말 1.09%까지 떨어졌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1~2월 두 달간 0.5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의 대출 옥죄기에 중소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까지 당국의 압박으로 억눌려 있던 연체율이 올 들어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가구 제조업체 사장은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값까지 올라 지난달에는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지난해 정부가 대출 만기를 1년 연장해 준 덕에 회사를 근근이 꾸려왔지만 은행에서 오는 5월까지는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긴급자금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과 대출만기 일괄 연장 등 금융위기가 터진 후 시행됐던 중소기업 지원책이 오는 6월로 종료된다.
당국도 은행도 지원책을 하반기까지 연장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중소기업들만 불안감 속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반기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들은 얼마든지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상반기에 집중돼 하반기에는 경기부양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원화 강세가 예상돼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가 대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워크아웃 과정에서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신음하고 있다. 건설사와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물론 한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 때문에 건전한 중소기업들이 공멸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 경제가 산다. 정말 그렇다.
은행들은 돈 되는 대기업 대출에만 매달리지 말고 더 많은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해 적극적인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당국도 지나친 경기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기업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려 억울하게 무너지는 중소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비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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