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시리즈 40] 삼성 DNA, '실패'는 소중한 자산

2010-04-05 15:37

삼성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 그리고 차기 삼성을 이끌어갈 이재용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이들 3대의 공통점은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 선대 회장은 50여년에 이르는 경영기간 중 두차례의 뼈 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1930년대 토지 사업 실패로 그간 쌓아온 정미·운수사업을 모두 정리해야 했다. 아울러 1966년 자신의 피와 땀이 서린 한국비료 포기 역시 큰 시련이었다. 이 선대 회장은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인해 세계 최대 비료 공장으로 탄생을 앞두고 있는 한국비료를 정부에 헌납했다.
 
이 회장 역시 삼성자동차가 창립 4년만인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큰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부채를 탕감해야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실패는 삼성은 물론 두 경영자의 명성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사카린 밀수는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라는 언론과 정치권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다. 자동차 사업 역시 '회장님의 취미'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실패는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었으며 일정 부분 그러한 목표를 이뤘다. 이 선대 회장은 비료공장을 통해 한국의 중공업 기반을 닦으려 했다. 실제로 한국비료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던 비료의 국산화와 수출에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장 또한 미래 자동차 산업이 기계산업에서 전자산업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강점을 가졌다는 것. 현재 자동차 부품 가운데 절반이상은 전자산업 관련 제품이다. 특히 삼성자동차의 후신인 르노삼성은 지난달 말 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현대·기아자동차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실패에 대한 원망보다는 이를 빨리 수습하고 인정했다. 이 선대 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경영 일선에 물러났다. 이 회장도 사재를 충원해 부채를 갚겠다고 약속했다. 공직적으로 부하직원의 실수에서 비롯된 사카린 밀수 사업은 최고 경영자와는 관련이 없었다. 삼성자동차 역시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들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삼성의 수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진 것.

이 선대 회장은 실패와 관련해 "교만한 자 치고 망하지 않은 자가 없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반성했다. 아울러 "사업은 반드시 그 시기와 정세에 맞춰야 한다"며 실패를 교훈으로 삼았다.

이 부사장은 IT산업이 유망하던 2000년 e삼성을 통해 독립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다소 시기가 일러 데뷔 무대에서 큰 실패를 맛봤다. 계열사들이 부실 위기에 처한 e삼성 지분을 사들여 손실을 보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와 관련는 법적 소송까지 번졌지만 무협의로 끝났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 부사장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자신의 사업 능력을 보인 이후에 실패를 경험했지만 첫 사업부터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시련은 더욱 컸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이 부사장의 행보는 더욱 중요하다.

이 선대 회장과 이 회장은 실패 이후 삼성을 더욱 크고 튼튼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를 통해 실패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잠재울 수 있었다. 이 부사장 역시 e삼성 실패 이후 삼성전자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상당한 역할을 했다.

e삼성의 손실은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규모나 선배들의 실패를 감안하면 작은 규모다. 때문에 이를 토대로 어떠한 수업을 받았으며 향후 어떠한 성과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올해는 e삼성이 출범한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이 부사장의 능력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아주경제 특별취재팀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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