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아! 성동조선마저…"

2010-04-05 10:44

   
 
 
올해에만 18척을 선박을 신규 수주, 세계 7위에 올라선 성동조선해양. 결국 선주들의 인도 연기 및 선수금 지급 지연 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에 앞서 대한조선ㆍ진세조선ㆍSLS조선ㆍYS중공업 등 13개 조선사들도 워크아웃 및 퇴출 절차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국내 조선사들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독'이 된 무리한 투자

잘나가던 성동조선이 하루아침에 몰락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6000억원에 달하는 선물환거래 손실이다. 또한 선주로부터 선수금 유입이 차질을 빚은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호황기때 무리하게 시설 및 건조능력 확대에 나선 것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꼬집었다. 시황을 예측하지 않고 투자에 나선 것이 갑작스러운 경기침체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셈이다.

증권사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는 "호황만 믿고 평소 자금관리를 잘못한 것이 문제다. 배를 만들기 위한 선수금을 시설 확충 등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며 "금융위기로 금융권이 움츠려드니 막상 배를 지을 돈마저 부족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동조선은 지난 2007과 2008년 한진중공업 마산조선소와 미래조선해양을 각각 인수해 선박건조능력(DWTㆍ재화중량t수 기준)을 186만4000 DWT로 높였다. 고용인력도 2007년 4800명에서 2009년 8200명까지 늘렸다

◆대형업체 "남 얘기가 아니다"

대형 조선사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소ㆍ중견 조선사에서 시작된 조선업계의 신용위험이 점차 대형 업체들로 확대될 수 있는 우려에서다.

정상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상위 7개 업체의 선수금 규모는 2008년 최대치인 34조원 기록한 후, 2009년 8조원이나 감소했다"며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12조원 가량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대형 조선사 가운데서도 선수금을 활용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재무부담이 크고 상대적으로 수익창출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TX조선과 한진중공업은 각각 중국 대련과 필리핀 수빅에 대규모 건조설비를 신설했다. 하지만 완공 이후 조선경기가 급속히 침체되면서 국내법인의 직간접적인 영업 및 재무부담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조선도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에 대한 지원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STX유럽도 주요 조선소에서 원가경쟁력 저하와 수주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시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구조와 고부가가치 전략 선종 보유, 수주 실적과 재무적 역량의 정도에 따라 대형 조선사간 영업 및 재무실적의 차별화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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