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구 태클거는 국회
2010-03-22 17:24
숭례문 복구 공사 책임진 신응수 대목장에 국회내 한옥건립 맡겨
국보 1호 복구보다 국회 외형꾸미기 치중 비판 고조
문화재청, 언론 통해 뒤늦게서야 알아..관련 규정 정비 나서
국회 한옥 조감도 | ||
국회가 연내 완공을 목표로 건립중인 한옥 조감도 |
국회가 현재 국보 1호인 숭례문과 경복궁 등 중요문화재 복구를 책임진 신응수 대목장에게 연내 완공해야 할 국회 내 한옥 건립까지 맡겨 자칫 국보 1호 복구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
2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국회 내 의원동산에 36억원을 들여 국회를 방문하는 외빈들은 물론, 의원동산 방문객들의 편익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전통한옥 건립에 나섰다.
사무처가 지난 18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총 공사비 36억6000만원이 투입돼 건축면적 446㎡(135평) 규모로 축조될 국회 전통 한옥은 98㎡(60평) 규모의 대연회실을 갖추고 있다.
사무처는 건립 과정 전반을 관장하는 총감독의 역할을 그동안 경복궁, 광화문, 숭례문 복구사업을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신 대목장이 담당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회가 국민적 상징성이 큰 국보 1호 숭례문 복구보다 국회내 외형을 꾸미는데만 열중한다는 비난이 일 전망이다.
지난 2008년 6월부터 완벽한 숭례문 복구를 위한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오던 문화재청은 신 대목장이 국회 한옥 건립을 맡은 것을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 대목장측은 "박계동 사무총장이 숙원사업이라고 여러 번 부탁을 해와 숭례문 복구도 있고 여러 바쁜 일이 있었는데 고민하다 (공사 감독을) 수락하게 됐다"며 "필요한 시기마다 국회에 와서 공사과정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지의 질의에 박 총장측은 "숙원사업이라고 밝힌 적은 없다"며 "국회차원에서 한옥건립이 장기적인 사업인 만큼 명망있고 실력있는 분이 맡아줬으면 해 신 대목장에게 여러번 부탁을 했다"고 답했다.
현재 문화재청은 신 대목장이 국회 한옥 건립의 총감독을 맡게 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가급적 신 대목장에게 숭례문 복구에만 전념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신 대목장은 숭례문 복구 총책임자에 선정될 당시 본격적인 목공사가 시작되면 현장에 상주하면서 총괄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최종덕 문화재수리기술과장은 "국회 한옥 건립과 관련, 5월에 상량식을 하기 때문에 6~7월이면 목공사는 완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숭례문 복구의 경우, 내년부터 목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일정상 차질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국회 한옥건립 일정 등이 지연돼 숭례문 복구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신 대목장에게 경고하는 한편 나아가 일을 못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숭례문 등 중요 문화재 복구의 경우, 선정된 장인들이 해당업무에만 전념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문화재청은 관련 규정 정비에 나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신 대목장을 숭례문 복구에만 전념토록 하는 규정이나 내규는 없지만 숭례문이 역사적 가치가 높고 국민정서를 감안해 이 일에만 전념해주기를 바란다"며 "국가 중요문화재 복구사업의 경우 선정된 장인들이 복구 업무에 우선적으로 전념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신중돈 국회 홍보기획관은 "숭례문 복구공사와 국회 한옥 공사의 공사 일정을 확인했다. 신 대목장의 업무 중복 우려는 일각의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 대목장 측으로부터 일정상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해 선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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