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칼럼] 균형잡힌 문명사 인식,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한다
문명의 차별적 발달이 왜 생겨났을까,에 대해 탐구한 역사서 '총균쇠'(제레드 다이아몬드 저)에 따르면 물질 문명에서 주도적인 대륙과 뒤쳐져서 정복의 대상이 되는 대륙이 존재하는데, 그 원인이 인간의 지능이나 체력의 우열은 아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철과 무기가 먼저 발달한 문명권 사람들이 원거리 이동을 통해 다른 대륙 원주민에게 자연스레 병균을 퍼뜨리고 정복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물질 문명의 차별이 초래됐다.
근대 정복전쟁의 아이콘 나폴레옹
문명 차별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정리한 대표적인 문명사 탐구서.
한반도는 인문 지리적 위치상 문명의 발상지가 아니고 수용지이자 소비지였다. 부동산으로 따지면 사거리 커브 길에 위치한 몫 좋은 담배 가게 같은 곳이라 고대, 중세를 거치며 침탈도 잦았다. 통일 신라 덕에 겨우 겨우 민족국가로 발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유지했고 기질이 강한 대륙 출신이 왕조 리더십을 발휘해서 그나마 중원(中元) 세력에게 완전 정복되지 않고 20세기 초반까지도 버텨왔다.
근대화의 기초를 놓아 준 공로가 있음에도 일제가 미움 받는 큰 이유는 완전 정복의 야심(野心) 때문이다. 대륙을 정복하고자 광기(狂氣)에 휩싸였던 사무라이 정권의 야심(野心)이야 한반도 쯤 만주 정벌을 위한 보급로에 불과하다고 치부했겠지만 누천년 귀족, 양반 문화가 살아 있는 통일국가 민심의 입장에서는 거의 100년 정도쯤은 원수로 삼을 만 한 집단 경험이었다.
다행히 2차 대전에서 미영소불 등 연합국 진영이 승리함으로써 한반도에 근대국가의 씨앗이 심겨졌고 남북간 전쟁까지 거치며 경제적 인프라의 기반이 닦였다. 남한은 지정학적인 위치를 고려한 군사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서구 선진 물질 문명의 정착지로 낙찰되었고 미국정부와 군부의 각별한 관심 속에 경제와 정치, 문화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근대 국민국가의 초대 대통령이 미국 유학파인 사실이 대한민국으로서는 행운이다. 비록 가신들이 임금처럼 섬기다 망명까지 보내게 되지만 글로벌 물질 문명 국가의 초석을 다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은 고유하고 위대하다.
맥아더 장군은 이승만 대통령을 '파파'라고 칭하며 진심으로 존경하고 섬겼다고 한다.
미국 유학파 대통령 이승만 덕에 억지로 시작된 운크라 자금 1억불 등 미국의 이런 저런 원조가 6.25 전쟁을 거치며 무기와 군대 파견으로 연결되어 다시 차관으로 이어지고, 그 덕에 월급받는 군부(軍府)와 행정 엘리트가 생겨나고, 법인들이 들어 서고, 터프하지만 군부(軍府)에서 양성된 근대적 리더십이 정착되어 수출 산업이 자리를 잡고, 금융이 돌고 소비자 계층이 생기고 수입 산업이 발흥하고, 공업 입국으로 먼저 자리잡은 일본 덕에 소비재 경공업에서 중공업 화학 기계 건설로, 마침내 반도체와 정보통신 강국으로, 마침내 쇠락하는 조짐을 보이는 일본이 '한국을 본받자'며 손을 내미는 데까지...
대한민국의 물질문명 수용의 역사는 눈부시고 경이롭다. 모든 게 겨우 사람 한 평생 정도 세월 동안 창출한 규모와 질이라는 걸 생각하면 대한민국이야말로 가장 단기간 선진 일류 국가가 된 모델 케이스이다.
이러한 물질 문명의 발달 덕분에 정치인과 관료와 군인, 부자와 서민, 기업가와 실업자, 윗 세대와 아랫세대,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막론하고 절대 다수가 호의호식하고 오순도순 행복했으며 교육과 여행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서구에서 흘러 들어 온 물질 문명 덕에 우리 모두가 '등 따시고 배 불렀다'. 뭐니 뭐니 해도 배 불러야 웃음이 나오고 웃음이 나온다는 건 여유가 있다는 말이고 여유는 생각을 하게 하고 생각의 끝자락엔 다음 세대를 위한 기획과 설계가 따르게 마련이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들이 똑똑하고 훌륭하고 돈 잘 버는 사람 중 한 가지라도 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세 가지 다 갖추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며 욕심내는 부모들도 많다.
근대 물질문명의 수용이 없었다면 정신적 풍요도 없다
하지만 정작 지식과 지혜와 용기의 원천(源泉)이자 텃밭인 문명사의 흐름에 대해 가르치기를 소홀히 한다. 그러는 사이 자녀들은 합성착향료나 화학 감미제 잔뜩 들어간 불량 과자 같은 역사 해석에 매료되고 중독된다. 386세대나 전교조, 그들에게 잘못 배운 젊은이들의 왜곡된 주장만 탓할 게 아니라 부모 세대가 독서의 모범을 보이며 문명사 공부를 직접 시켜야 한다. 이 부분이야말로 지금 공교육, 사교육에서 매우 부족한 공부의 대표다. 기껏 팩트(Fact)의 나열로 역사 공부에 흥미만 잃게 하고 있다. 교육감 비리 못지 않은 심각한 교육계 현안이다.
문명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자녀의 운명이 갈린다. 사람은 생각의 동물이다. 문명사에 대한 피해의식과 급진적인 해석은 생각을 구속하고 결국 인생을 그르친다. 자녀를 사이비 운동가나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인으로 키울 게 아니라면 정치 편향적 역사 교육은 금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가에는 편향적 시각의 역사물이 판친다. 이런 쓰레기 역사물엔 의레 관념일 뿐인 '계급갈등'을 부추기는 자의적 해석이 난무한다. 자녀의 인생이 문명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달렸다. 편향된 문명사에 젖은 사이비 이론가들은 물론 철학도 없이 돈 몇 푼에 휘청거리는 생계형 교사나 강사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부모가 직접 나서야 한다. 역사와 문명사 교육 만큼은 꼭 그래야 한다.
서울 서부 지역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과 공원, 서울 변두리 선진화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난지도 쓰레기장을 변화시킨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