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구조조정 '산넘어 산'

2010-03-10 16:10

대우건설 풋백옵션 처리를 둘러싼 채권단과 재무적 투자자(FI) 간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금호산업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4곳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일단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금호산업 비협약채권자 상환 문제와 금호타이어 파업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채권단은 오는 25일까지 금호산업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하고 출자전환 등을 실시해야 금호산업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 금호산업 워크아웃, 개인투자자 가장 큰 변수

금호산업 워크아웃 작업에 남은 가장 큰 변수는 비협약채권자와의 협상 결과 및 시기다.

채권단은 오는 25일 열리는 금호산업 주주총회 이전까지 개인투자자들을 설득해 워크아웃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금호산업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45명의 개인투자자들은 다음달까지 원금 및 이자를 일시에 상환하라는 내용증명을 제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워크아웃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은 원리금과 이자를 일시에 상환하지 않으면 금호산업을 상대로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 총 2억원의 금호산업 CP를 구입한 한 개인투자자는 "현재 만기 도래한 CP를 상환받지 못했다"며 "원금 및 이자를 일시 상환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에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도 채권금융회사들처럼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감내해야한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투자규모가 커 회사측이 이를 한꺼번에 갚아줄 경우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겨 워크아웃 작업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채권단은 비협약채권자들이 보유한 채권에 대해 이자를 조정하거나 원금을 분할 상환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채권단과 비협약채권자들의 입장차가 극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결론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협약채권자들이 벼랑 끝 전술을 펼쳐도 결국은 투자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손실 방지를 위해 채권단과 적정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FI들이 손실을 감수하고도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투자원금 손실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협상이 장기화 돼 금호산업이 상장폐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개인투자자들도 염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호타이어, 노조 파업 '걸림돌'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은 노조 파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위해 1199명의 직원을 정리 해고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결과 약 72.34%의 노조원이 찬성함에 따라 오는 16일부터 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경우 채권단의 1000억원 긴급자금 지원은 물론 워크아웃도 진행되기 어렵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노조 동의서가 없으면 금호타이어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2000억원 규모의 비협약 채권자 보유 채권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으로,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이 없으면 채무상환은 물론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개인투자자들은 투자 원금 회수가 무산될 경우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입장에선    설상가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호타이어 개인투자자는 "금호타이어가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투자 원금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며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소송을 포함, 여러가지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도 순탄하게 진행될 지 지켜볼 대목이다.

산업은행은 사모주식펀드(PEF) 조성을 위해 이달 중 전략적 투자자(SI) 등 투자자를 모집해 이르면 6월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인수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시간을 절약하는 차원에서 가능성 있는 전략적 투자자들이 있으면 같이 실사를 추진할 것"이며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있어 인수 작업이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김유경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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